작업자 피폭량 허위 기재 의혹, 자원봉사자는 '자기책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4년이 됐지만 사고 수습을 위해 움직이는 이들의 피폭량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초기부터 현장에 투입된 작업원들의 피폭량은 엄격하게 측정·기록되지 않고 있으며 일대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9일 보도했다.

◇ 사고 초기 안전장비 없이 대응…지금도 피폭량 관리 엉망

후쿠시마 현의 화력발전소에서 일했던 도쿄전력의 한 계열사 직원(34)은 원전사고 다음날인 2011년 3월 12일 오후 소방대를 지원하기 위해 후쿠시마 제1원전에 파견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해 간이 마스크조차 쓰지 않고 방한복차림으로 현장에 도착한 이 남성은 '타이벡 수트'라고 불리는 방호복에 전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건물 안에 움츠린 경비원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무렵 원전에서는 원자로 격납용기의 압력을 낮추려고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기체를 외부로 배출하는 이른바 '벤트'가 실행됐고 원전 구내의 공간 방사선량은 시간당 1.015m㏜(밀리시버트)에 달해 일반인에 1년간 허용된 선량인 1m㏜(밀리시버트)를 넘겼다.

이 직원 일행이 원전통제시설인 '면진중요동'(免震重要棟) 앞에 차를 세우고 그 중 한 명이 막 나가는 순간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고 원자로 건물이 흉하게 망가졌다.

현장에서 달아나다시피 회사로 복귀한 이 남성은 피폭량 측정을 요구했으나 5월 하순에서야 측정이 이뤄졌다.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 131의 핵종 원자 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半減期)가 8일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늦은 대응이었던 셈이다.

도쿄전력은 사고발생 4일째인 3월 15일 무렵부터 원전 시설 외부에서 방사선량계와 방호 장비를 나눠줬으며 그전에는 파견된 남성들이 별다른 안전장비 없이 면진중요동까지 가서 방호복을 착용했고 그 과정에서 피폭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업원 등 사고 수습에 투입된 방사선업무종사자는 올해 1월까지 약 4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발암 위험이 큰 것으로 일본 당국이 분류하는 피폭량 100m㏜가 넘는 종사자는 174명으로 집계됐으며 피폭에 따라 재해 신청을 한 것은 9건이다.

사고 초기 문제가 됐던 허술한 피폭관리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니치신문은 후쿠시마시가 발주한 시내 오염제거 현장에서 작업원의 피폭량을 기록한 '작업종료시 피폭측정' 기록을 확인하니 10명 정도 되는 작업원의 피폭량이 여러 날 계속해서 0.002μ㏜(마이크로시버트)로 기재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관해 현장 책임자였던 한 남성은 "실제로는 측정하지 않고 상사가 말한 대로 적은 숫자다.

그렇지만, 너무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염제거 작업을 할 때 고압의 세정기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해야 하지만 주택의 지붕이나 벽의 오염제거를 물에 적시는 정도로 마무리하고 다른 곳에서 측정한 수치를 적당히 섞어 보고서를 제출해도 문제없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 피폭 위험 무릅쓴 자원봉사

자원봉사자는 피폭량 관리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돼 있다.

사고 후 지난달까지 연인원 3만2천 명 가량이 넘는 봉사자가 풀베기를 비롯해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오염제거 작업을 2천500 차례 이상 실시했다.

봉사자들은 원전에서 20㎞ 이내에 있는 피난지시해제구역에서 오염제거 작업을 하는 때도 있다.

그럼에도, 자원봉사자에게는 노동안전위생법이 적용되지 않아 작업원처럼 연간 50m㏜, 5년간 100m㏜등 피폭량 한도가 없다는 것이 후생노동성의 설명이다.

지난달 21일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에 벌채 작업을 한 자원봉사자 중에는 여고생도 포함돼 있었으며 이 가운데는 장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피폭 부작용에 관해 '자기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하는 이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국은 '자원봉사자는 우리가 담당하지 않는다', '귀환곤란구역에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