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험회사 안방(安邦)보험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작년 10월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호텔 월도프아스토리아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맨해튼의 업무용 빌딩을 사들이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방보험은 한국에서도 우리은행 인수전에 단독으로 참여한 데 이어 최근엔 보고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동양생명을 인수키로 했다. 2004년 설립된 안방보험이 불과 10년 만에 글로벌 M&A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하자 중국 내에서조차 이 회사의 실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 언론에서는 ‘투하오(土豪·졸부라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한·미·유럽 M&A시장 '다크호스'…'태자당 후광' 주목받는 안방보험
○설립 10년 만에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

안방보험의 모태는 자본금 5억위안 규모로 설립된 안방재산보험이다. 설립 후 자동차보험 등 손해보험 분야에서 덩치를 키워왔다. 회사는 2010년 생명보험 분야에 진출하면서 종합 보험그룹으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보험업만 놓고 보면 자산 규모는 중국 내 8위 수준이다. 보험시장 점유율도 3.6%(2013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

안방보험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각종 투자를 통해서다. 2011년 안방보험은 베이징시 차오양구에 있는 중심상업지구(CBD) 관련 개발 프로젝트 두 건을 연이어 따냈다. 이 투자로 안방보험은 4배에 가까운 투자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작년 12월엔 중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블록세일(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자오상(招商)은행 지분 5%를 확보했다. 안방보험은 중국 최대 민영은행인 민성(民生)은행 지분도 꾸준히 늘려와 현재 약 22%를 확보한 최대주주다.

○우샤오후이 회장·천샤오루 이사 ‘쌍두마차’

중국 보험업계에서는 안방보험의 고속성장을 이끈 쌍두마차로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과 천샤오루(陳小魯) 이사를 꼽는다. 두 사람의 탄탄한 태자당(혁명원로 자녀들) 인맥이 안방보험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원저우 출신인 우 회장의 부인은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미엔미엔이다. 중국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 회장은 서양식 정장을 즐겨 입고 정력적으로 일하는 일벌레 스타일”이라며 “지도층 인사들과의 관계를 사업에 잘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천 이사는 안방보험의 주요 주주인 상하이표준기초설비투자그룹 등을 이끌고 있는 경영인이다. 그의 부친은 중국 10대 원수 중 한 명인 천이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고, 장인은 리위 전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다. 그는 공산당 총서기를 지낸 자오쯔양을 보좌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를 안방보험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우 회장을 비롯한 안방보험 경영진의 이 같은 정·관계 인맥은 안방보험의 약점으로도 거론된다. 당장 동양생명 인수와 관련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는 일단 “대주주 적격성 요건만 갖추면 중국 자본이라고 해서 차별할 이유는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 사모펀드(PEF) 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의 막강한 자금력 배후에 중국 전·현직 정·관계 인사들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대주주적격성 심사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도 “중국은 한국 보험사들이 중국 보험사의 경영권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한국만 이를 허용하는 것은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