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갈라놓은 중남미 4마리 龍 3마리 뱀
‘자원부국’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개혁개방과 친기업 정책을 펴 온 ‘태평양 동맹 4개국’(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은 원자재값 급락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폐쇄적인 대외정책과 복지 포퓰리즘을 남발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주요 3개국’(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은 원유값 폭락과 함께 경제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태평양동맹은 올해 3~5%의 성장이 예상된다. 콜롬비아와 페루는 적극적인 해외 기업 유치정책 덕분에 올해 4% 이상의 경제 성장이 기대된다. 그러나 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은 2년째 ‘제로(0) 성장’에 허덕이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는 올해 각각 -1.5%와 -7% 성장이 예상된다. 개혁개방에 인색하고 민간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온 이들 국가는 나란히 성장 둔화와 재정적자, 물가 상승 등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콜롬비아 싱크탱크 페데사로(경제사회연구소)의 호세 빈센테 로메로 거시경제분석국장은 “라틴아메리카는 더 이상 하나가 아니다”며 “개혁개방과 친기업정책 기조가 태평양동맹의 경제 번영 토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와 제도가 갈라놓은’ 중남미 국가들의 현실은 무상복지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는 지적이다.

親기업 vs 복지 포퓰리즘…경제 희비 엇갈려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업체가 멕시코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금액은 100억달러. 연산 30만대의 공장 10개를 지을 수 있는 규모다. 부품업체의 동반 투자를 감안하면 자동차 연관 산업에만 향후 2~3년간 200억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뤄진다.

마틴 펠드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멕시코의 친시장적인 경제 개혁과 외국인 투자가 맞물리면서 낮은 인플레이션과 건전한 재정, 양호한 경상수지, 환율 안정 등 거시경제 기반이 튼튼해지고 있다”며 “멕시코가 향후 10년간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지난해 브라질을 제치고 중남미 자동차 생산 1위 국가로 올라섰다. 2020년께 브라질을 꺾고 중남미 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미의 맹주’ 브라질은 기로에 서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1기 임기 중에 빈곤층 현금 지원, 유류보조금 지급 등 복지예산을 대거 지출했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예산 증액이었다. 하지만 원자재 거품이 빠지면서 세수 부족, 성장 둔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관세를 인상하거나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브라질은 원자재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위 10개 수출품목 가운데 9개가 원자재다. 베네수엘라는 석유제품이 전체 수출의 90%가 넘는다. 이달 초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와 올해 제로성장이 우려되는 브라질을 중남미의 ‘루저(loser)’라고 표현했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경제 3위’ 자리를 올해 콜롬비아에 빼앗길 처지에 놓여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5위 자리를 칠레에 내줬다.

멕시코시티·보고타=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