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올해 키워드 美 금리인상…'통화 충격' 대비해야
올해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현안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그 속도를 어느 정도로 가져갈 것인가다.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이뤄지는 정책 대전환인 만큼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로 자금이 대거 유입됐던 신흥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신흥국 자금 유출입과 갑작스런 자금 유출의 대응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사전 대응 방안으로 외국자본 유출입, 특히 유출 규제다. 또 다른 하나는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한 대응방안으로 거시기초여건 개선, 외환보유액 확충, 외화건전성 규제 등이다.

자본 유출입과 갑작스런 자금유출 대응 방안에 대해 실효성을 검토한 기존 연구를 종합해 보면 신흥국이 최우선 순위를 둬 추진해온 해외자본 유입규제는 직접 규제든 간접 규제든 간에 기대했던 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효과가 있다 해도 단기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올해 키워드 美 금리인상…'통화 충격' 대비해야
이는 해외자본 유출입 규제보다 앞서가는 복잡한 고도의 파생금융 기법이 빠르게 발달하는 데다 국제 자금 흐름이 각종 캐리자금에 의해 주도되면서 직·간접 규제 이후에도 약간의 수익률 차이가 나면 종전보다 자금 유출입이 심해지는 데 기인한다. 특히 간접 규제의 경우 적절한 보완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효과가 더 제한되기 때문이다.

직접규제는 해외차입, 증권투자, 해외송금 등과 같은 특정 거래를 금지하거나 허가를 통한 양적 규제를 말한다. 간접규제는 자본거래에 정부가 세금을 매기거나 추가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투자수익률 등 거래 유인을 축소시키는 가격규제 조치다. 자본거래세(일명 토빈세 혹은 이자형평세), 가변예치 의무제, 한계지준제도, 이중환율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갑작스런 자금 유출방지 대책으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것은 1990년대 이후 중남미 외환위기,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신흥국이 외부 요인에 따른 각종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적 안전장치로 가장 중시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10억달러 증가하면 이들 국가가 위기를 겪을 확률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보유액 확충이 위기 발생 확률을 낮추는 것은 신흥국의 자본자유화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유입되는 해외자본을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이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이들 펀드는 최대한 총투자 금액을 늘리는 이른바 레버리지 투자를 주로 한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면서 금리차와 환차익을 겨냥한 캐리자금 거래 비중이 높아진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올해 2분기 이후 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돌아서면 미국 금융회사들은 자금 부족에 따른 증거금 부족 현상인 ‘마진콜’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기존 투자자산을 회수하거나 ‘디레버리지’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외환보유액이 많을수록 위기 발생 억제효과는 커진다.

미 금리 인상을 앞둔 시점에 캐나다 중앙은행이 23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자금 이탈 여부를 추정한 결과 대부분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외화가 부족하면서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은 대규모 자금 이탈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비교적 큰 규모로 자금이 이탈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의외다.

우리 외환보유액은 스톡 면에서 직접적으로 갖고 있는 제1선 자금과 간접적으로 확보한 제2선 자금을 합하면 4000억달러가 넘는다. 가장 넓은 개념인 캡티윤 방식으로 추정된 적정외환보유액인 3700억달러보다 많다. 플로 면에서 경상수지흑자는 올해도 75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금리 인상 시 자금 이탈이 많다 하더라도 통화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방지라는 광의의 개념으로 논의되고 속속 규범화되는 새로운 자본유출입 규제와 갑작스런 자금유출 방지 방안에도 신흥국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이 주도해 금융위기 재발방지 차원에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지금까지 진전된 내용을 보면 선진국은 주로 은행 건전성 규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의 단일금융개혁법이 대표적이다. 반면 신흥국은 해외자본 유출입, 그중에서도 갑작스런 자금유출 방지와 통화스와프 협정체결 등을 통한 인접국 간의 공조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논의·추진되는 이들 방안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평가하기에 아직은 이르다. 기존 대책과 차이가 있다면 금융위기는 2차대전 이후 각종 국제규범을 주도해온 미국 등 선진국에서 발생해온 만큼 최근 논의·추진되는 대책이 보다 자국의 이익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