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8명 가운데 190명 구조…악천후로 구조작업 진척 더뎌

승객과 승무원 478명을 태우고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던 카페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약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280여명이 배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AP 통신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해군은 카페리 '노르만 애틀랜틱'호에 탑승한 승객 422명과 승무원 56명 가운데 이날 밤까지 190명을 구조했고, 그리스 남성 1명이 구조 과정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선박이나 구명정에 타지 못한 287명은 불길을 피해 선박의 맨 위층으로 대피, 추위와 공포에 떨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노르만 애틀랜틱 호는 이날 새벽 4시30분께 그리스의 조그만 섬 오노니에서 33해리(61㎞) 떨어진 해역을 운항하던 중 차량 적재 칸에서 갑자기 불이 나 선장이 곧바로 승객들에게 긴급 대피 명령을 내리고 구조 요청을 했다.

그리스·이탈리아 당국은 밤샘 구조에 나섰지만 시속 100㎞의 강한 바람이 불고 비와 진눈깨비가 내리면서 구조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길은 화재 발생 16시간 만인 28일 오후 8시30분 어느 정도 잡혔지만 선박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바람을 타고 구조용 헬리콥터 조종석에까지 들어가 조종사들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사고 해역에는 이탈리아 해군 소속 헬리콥터 2대와 그리스 군용 슈퍼퓨마 헬기 1대, 이탈리아 소형 비행기 등이 투입됐다.

구명정을 내릴 수 있게 상선 10대가 카페리를 둘러싸고 원을 만들어 거센 파도를 막기도 했다.

그러나 헬리콥터로는 한 번에 2명을 수송하는 게 고작이다.

이탈리아 해군은 28일 저녁 무렵 예인선 한 척이 카페리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예인선으로 선박을 고정하면 구조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TV는 공포에 떠는 승객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중계했다.

카페리의 한 요리사는 아내와의 통화에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우리는 전부 쥐새끼처럼 타버릴 거야, 하느님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했다.

또 다른 승객은 방송국과의 통화에서 "대피 지시에 따라 로비에 모였을 때 열기로 신발 바닥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eugen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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