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약학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 국립보건원(NHI)과 식품의약국(FDA)에서 13년간 근무한 뒤 바이오 벤처기업 렉산제약을 창업한 안창호 회장. 그는 “한국에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정도 되는 대학이 하나라도 있으면 게임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공과대학의 척 에슬리 교수팀이 2012년 스탠퍼드대의 경제 영향력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1930~2010년 졸업생 14만명 가운데 3만9900명이 창업을 했고 이들 기업이 창출한 일자리는 540만개였다. 또 동문 기업의 연간 매출은 총 2조7000억달러였다. 이들 기업을 묶어 하나의 국가로 보고, 매출을 국내총생산(GDP)으로 간주하면 영국(2013년 2조8000억달러)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세계 7위’가 된다.

또 기업가 정신을 키우기 위해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단체 카우프만재단이 2009년 MIT의 경제 영향력을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MIT 출신(2003~2006년 조사 기간 생존해 있는 동문 기준)이 창업한 기업은 2만5800개였으며 창출한 일자리 220만개, 매출은 최소 2조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로 치면 ‘세계 11위’ 경제 규모로 한국의 GDP(2013년 1조5000억달러)를 뛰어넘는다.

스탠퍼드대와 MIT는 창의적 기업가를 낳는 산실이 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구글에서 보여지듯 인터넷·모바일 분야에서, MIT는 클린에너지와 전기전자 관련 분야에서 미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MIT 박사를 마치고 벤처기업을 창업한 이석우 전 백악관 혁신자문위원장은 “미국 대학의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용기 있게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실패해도 언제든 재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스탠퍼드대와 MIT는 기초과학 등 학문적인 연구에 대한 자부심도 크지만 그 기술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대단하다”며 “한국도 이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경제전문 주간지 포브스의 칼럼니스트 피터 코언은 스탠퍼드와 MIT 출신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미국의 경쟁력과 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