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동시장 유연화가 경쟁력

비정규직 5%→29%→11%…도요타 파견근로도 적극 활용
해고요건 완화한 폭스바겐, 세계 5위서 2위로 도약
세계 1위 빼앗긴 GM, 노조 특권 포기로 실적 반등
[노동시장, 글로벌 스탠더드로] 도요타, 비정규직으로 경기변화 탄력 대응…세계 1위 지키는 힘

도요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1~3위 업체들이 올해 전인미답의 1000만대 판매 고지에 동시에 오를 전망이다. 4위인 르노·닛산그룹과 5위 현대·기아차그룹은 800만대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3위와 4·5위 업체 간 200만대 격차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사이클과 대규모 리콜, 인수합병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각국 노동 유연성의 차이가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각 업체들은 일본(도요타) 독일(폭스바겐) 미국(GM) 프랑스(르노·닛산) 한국(현대·기아차) 등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들로서 자국의 노동 환경에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도요타 경기 변동 땐 비정규직

1931년부터 세계 1위를 지켜오던 GM을 2007년 도요타가 제칠 수 있었던 것은 평생 고용 보장, 연공형 임금 제도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간제와 파견 등 비정규직 근로자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도 한국처럼 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노동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비정규직에 대해선 법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일본 의회는 2003년 제조업에도 전면 파견 근로를 허용했다.

도요타는 2000년 이후 정규직을 6만5000명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정규직 급여의 50~60%를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 수를 조절해 경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2000년 3000여명(정규직 대비 5%)이었던 도요타의 비정규직 수는 2005년 1만9000명(29%)까지 늘어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에는 비정규직 근로자 수를 8000명(11%)까지 축소했다.

도요타는 대규모 리콜과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2011년 판매량이 3위까지 내려갔지만, 노동력을 탄력있게 활용할 수 있었던 덕분에 2012년 다시 선두에 복귀할 수 있었다.

폭스바겐 자체 인력파견회사

독일은 통일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기간제·파견 근로 확대’와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를 축으로 하는 하르츠 개혁(2003~2005년)을 실시했다.

폭스바겐은 정부 방침에 따라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사 합의를 이뤄냈다. 신규 입사자에게 낮은 임금을 적용하는 이중임금제, 성수기 초과 근무를 비수기 휴가로 정산하는 근로시간 계좌제 등을 자율적으로 도입했다.

폭스바겐은 노사 합의로 ‘아우토비지온’이라는 자체 인력파견회사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아우토비지온 소속 500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임금이 정규직에 비해 20% 이상 낮고 해고도 정규직에 비해 수월하다. 이렇게 확보한 노동 유연성을 바탕으로 폭스바겐은 2006년 세계 4위, 2009년에는 3위로 치고 올라왔다. 2012년에는 판매량 935만대로 GM(929만대)마저 앞질렀고 작년까지 2년 연속 2위를 지켰다.

특권 포기해 회사 살린 GM 노조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는 과거의 1위 GM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모든 근로자가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본적으로 노동 유연성이 높다.

그러나 GM 근로자들이 속해 있는 북미자동차노조(UAW)만큼은 예외였다. 2003년까지만 해도 UAW가 각 업체들과 맺은 단체협약에는 기본급 자동 인상, 공장폐쇄 금지, 실직자에게 6년간 퇴직 전 임금의 95%까지 보전해 주는 잡뱅크제 등 각종 특권을 담고 있었다. 과도한 노동 비용 때문에 GM은 2005~2006년 2년간 누적 적자가 130억달러에 육박했다.

결국 GM이 도요타에 1위 자리를 내준 2007년 UAW는 이중임금제 도입에 합의했고, 2009년에는 기본급 자동 인상과 잡뱅크제도 포기했다. 특권을 과감히 포기한 노조 덕에 GM 실적은 반등했다. 파산보호신청을 했던 2009년 글로벌 판매량이 650만대까지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972만대까지 늘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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