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상징 푸틴, 검은 선그라스 껴
자신에 찬 모디, 인도 고성장 예고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각국 정상 표정으로 본 내년 주가·환율예측

요즘은 예측기관의 전망이 잘 맞지 않는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이 때문에 자신만의 독특한 참고지표(주가 예측 때 ‘립스틱 효과’와 ‘치마끝선 법칙’ 등)가 중요하다. 그중 하나가 각종 예측서에 실린 각국 정상의 표정으로 경기와 주가, 환율을 전망하는 ‘예측 속 예측(forecasting in forecasting)’ 기법이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발행한 내년 예측서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룬 정상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미국 경제가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유일하게 좋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우존스지수가 20,000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힘을 실리게 하는 예측이다.

하지만 표정은 어둡다. ‘레임덕’을 우려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나라 안으로는 빈부격차, 인종차별 등을 해결해야 한다. 나라 밖으로도 이슬람국가(IS), 에볼라 등 당장 손봐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내년에는 구매력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예측도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을 편하게 하지 않는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각국 정상 표정으로 본 내년 주가·환율예측

유럽의 상징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표정도 밝지 못하다. 유로 경기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회원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리독립 운동으로 유럽 통합도 험난하다. 러시아와의 마찰을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아 이래저래 고민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앞날이다.

가장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유로화 가치가 ‘1유로=1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등가 수준은 유로화 출범 당시 11개 회원국과 미국의 경제 규모가 같다는 데서 처음 형성됐던 출발선이다. 회원국이 18개국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이 수준까지 떨어진다면 ‘하나의 유럽 구상’이라는 원대한 꿈을 갖고 추진해온 유럽 통합의 실질적인 퇴보를 의미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검은 선글라스를 꼈다. 한마디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잦은 말 바꿈과 엉뚱한 행동으로 서방과 갈등을 빚고, 부정부패로 자국민으로부터 신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성장률을 0%로 낮춰 잡고 있다. 1998년에 이어 제2의 모라토리엄(국가채무 불이행)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주력해온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대안도 없어 그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지난 2년 동안 참을 만큼 참아온 다른 국가들에 피해(근린 궁핍화)를 더 주면 최악의 상황인 환율 전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뒷전에 물러나 보이지 말라는 경고가 깔려 있다.

엔화 가치 향방도 알 수 없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분명히 엔화 약세 요인이다. 하지만 엔화는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가 주장하는 ‘안전통화 저주(curse under safe haven)’에 걸려 있다. 종전에도 일본은 경기가 침체하면 오히려 엔화 가치가 높아지는 곤혹스러운 현상이 반복돼 왔다.

가장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정상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다. 당초 우려와 달리 출범 첫해에 자국민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강한 기대와 인상을 줬다. 돈과 사람, 기업, 심지어 각국 정상이 모두 인도로 몰려간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올해 모든 재테크 수단 가운데 인도 관련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가장 높다.

앞으로는 이런 기대를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정치적으로 오랫동안 집권한 ‘간디-네루’ 체제, 사회적으로 ‘카스트’ 제도 등의 장애요인을 감안하면 개혁과 구조조정을 골자로 하는 모디노믹스가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상시 분쟁 지역인 구자라트주에서 연평균 13%의 성장률을 낸 정상답게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가장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사회주의 성장 경로상 ‘외연적’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하는 데 장애요인인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법치주의를 확립해 오염된 경제 시스템을 깨끗하게 하고 ‘일한 만큼 돌아가는’ 공정한 시장경제 체제를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대외 정책의 핵심인 위안화 국제화 과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겠다는 다짐도 엿보인다. 경제규모에 맞게 자본거래 자유화를 추진하고 위안화를 이른 시일 안에 미국 달러에 버금가는 중심통화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게 시진핑의 야망이다.

내년 각종 예측서의 표지 인물로 차세대 정상도 많이 다뤘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오바마 대통령 옆에서 편안하게 짓고 있는 웃음은 권력이 어디로 이동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서다. 오랜만에 다시 등장한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는 향후 본격적인 정치적 행보를 예고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빠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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