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 시청 앞에서 26일(현지시간) 경찰이 흑인 청년 을 사살한 백인 경찰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에 항의하던 한 시위자를 연행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AP연합뉴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 시청 앞에서 26일(현지시간) 경찰이 흑인 청년 을 사살한 백인 경찰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에 항의하던 한 시위자를 연행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AP연합뉴스
미국 법원이 비무장 상태였던 흑인 청년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 경관에 대해 ‘죄가 없다’고 불기소하며 촉발된 ‘퍼거슨 사태’로 미국 내 뿌리 깊은 인종 갈등이 드러나면서 미국 경찰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고구마 덩굴처럼 얽히고 설킨 지방경찰제도의 비효율성과 비전문성이 공권력 남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퍼거슨 사태'로 본 美 경찰시스템…총기 사살 기소비율 1.5%에 불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6일(현지시간) ‘숨겨진 경찰 폭력’이란 기사에서 “퍼거슨 사태는 미국 경찰이 평화의 수호자가 아니라 약자와 소수인종을 때려잡는 극악무도한 전쟁기계라는 인식이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경찰기관들이 총기사살 등에 대한 자료를 법무부에 제출하지 않아 경찰 폭력에 대한 믿을 만한 통계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범죄학 전문가인 필립 스틴슨 오하이오주 볼링그린주립대 교수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7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경찰관이 업무수행 중 과실치사·살인 등으로 기소된 경우는 41건이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연방수사국(FBI)이 보고한 경찰의 정당방위 살인은 2718건이었다.

비공식 통계로 보면 경찰의 총기 사살 가운데 1.5%만 기소된 것이다. 뉴욕시 형사 출신인 프랭크 서피코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제복을 입은 경찰들의 규율과 책임의식이 낮아지면서 공권력 남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찰은 일관된 지휘통제 시스템이나 복무규정 등이 없다. 미국에는 현재 1만7500여개의 경찰기관이 있다. 이들 기관은 경찰모집, 훈련 등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법 규정도 각각 다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같은 사건을 두고 여러 경찰 기관들이 덤벼드는 중복 수사가 비일비재할 정도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퍼거슨 사태는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퍼거슨시는 물론 워싱턴DC와 뉴욕,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이어졌으나 지난 이틀간에 비해 규모가 줄어들고 대규모 폭동이나 약탈·방화 등도 발생하지 않았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