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電·車·鐵의 '부활'…한국 대표기업 '흔들'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 제조업을 대표하는 전자·자동차·철강업체들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저 효과와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피나는 구조조정 성과가 나타나면서 일본 제조업이 부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노무라증권과 대신증권에 따르면 일본 8개 대표 전자업체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4억달러로, 삼성전자(39억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히타치 도시바 파나소닉(산요 포함) 미쓰비시전기 소니 후지쓰 NEC 샤프 등 8개사는 2011회계연도 영업이익 합계가 삼성전자에 뒤처지면서 ‘일본 전자업계 몰락’의 상징이 됐다.

TV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쟁력에선 앞서고 있지만 일본 전자업체들이 엔저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을 커브드나 OLED TV 등 첨단 제품 개발에 투입하면 한국 기업에 빼앗긴 세계 TV시장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연말 특수를 앞두고 미국 시장에 동급의 삼성·LG모델보다 싼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2011년 현대·기아자동차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올 3분기엔 63억달러로, 현대·기아차(21억달러)의 세 배였다. 일본 차 메이커들은 아직까지 출고 가격 등을 조정하지 않았지만 미국 현지 딜러들의 인센티브를 늘려주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자동차 가격정보 사이트인 투루카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가 딜러에게 제공한 인센티브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 감소했지만 혼다는 22.5%, 닛산은 16.6%, 도요타는 3.8%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업체들이 조만간 가격을 인하하면 ‘제값 받기 마케팅’을 고집해온 현대·기아차는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일본 제조업 부활의 이면에는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야나기마치 이사오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일본 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끊임없는 구조조정 노력이 엔저와 맞물려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