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코스피 2500 도달' 올해 증시 최악의 예측
작년 이맘때 한 증권사는 2014년 코스피지수가 2500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는 올해 한국 증시와 관련된 예측 가운데 ‘최악의 전망’으로 기록될 것 같다. 그런데도 내년 코스피지수가 2500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이를 믿어야 할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종전에 배웠던 경제이론으로 잘 통용되지 않는 이른바 ‘경제학의 혼돈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예측도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잘 들어맞지 않아 ‘예측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가장 정확하다는 한국은행의 예측력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을까. 이론과 예측을 믿을 수 없으면 경제 주체들은 극도로 혼란스러워진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코스피 2500 도달' 올해 증시 최악의 예측
각종 예측을 하는 목적 중의 하나는 경제주체를 안내하는 기능이다. 이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최소한 ‘경기 회복과 침체, 주가 상승과 하락’이라는 추세는 맞춰야 한다. 하지만 올해 증시의 경우 지금 추세대로라면 대부분 증권사가 반기별 주가 추세로 예상했던 ‘상저하고’는 어려울 전망이다. 연말 주가도 작년 말 수준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예측이 빗나가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끊임없이 나왔다. 최근에는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장기 침체론’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2009년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가 5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올 3분기 성장률은 잠재수준보다 높은 3.5%에 달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된 예측도 많이 나왔다. 그중 씨티그룹과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이 제시했던 ‘그렉시트(GreExit=Greece+Exit)’가 유독 주목을 끌었다.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가 구제금융 지급을 결정하면서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아 있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도 계속 제기돼 왔다. 특히 ‘닥터 둠’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이 이런 예측을 내놓으면서 세계 경제와 증시에 큰 충격을 줬다. 시각 차가 있으나 중국은 성장률 7%대의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상하이지수는 2500대로 올라섰다.

국제 금값 전망도 크게 빗나갔다. 도이치뱅크 등은 양적 완화 정책으로 풀린 돈이 금 시장에 몰리면서 2011년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3000달러까지 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금값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근엔 1150달러 밑으로 떨어져 금 투자자에게 커다란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주가 예측은 한계가 더 분명하다. 시장 흐름을 좇아 사후적 또는 대증적으로 주가를 예측하면 오히려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혼란을 준다. 주가 예측에서 전문가들의 감(感)은 중요하다. 그렇다 해도 시장이 조금만 변할 때마다 수정 전망치를 내놓는 것은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성장률과 같은 실물 통계도 아니고 ‘신(神)만이 안다’는 주가를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다른 금융변수와 달리 주가는 심리적 요인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예측할 수 없다.

증시는 고도의 복합시스템이다. 하지만 주가 예측론자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를 토대로 예측 모델을 개발하려 한다. 이 때문에 주가 변동을 유발하는 복합 변수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 특히 예측이 필요할 때는 작동하지 않다가 정작 주가 방향이 바뀐 뒤에야 전환점을 알린다고 요란을 떠는 경우가 많다.

‘군집성 주가 예측’ 관행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악습이다. 군집성 주가 예측이란 지난해 주가 예측을 잘한 사람의 시각이 올해 주가 예측을 지배하는 현상이다. 예측하는 사람이 자신감이 없거나 나중에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자주 쓴다. 이 밖에 주가 예측에 대한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평가도 증시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전망이 자꾸 틀리다보니 일각에서는 ‘미신 경제학(boodoo economics)’으로 부르기도 한다. ‘틀린 예측으로 투자자들에게 기만 행위를 하고 있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예측이 어렵고 자주 틀린다고 해서 그 자체가 무용한 것은 아니다. 종전의 이론과 관행이 잘 들어맞지 않는 ‘뉴 앱노멀’ 시대일수록 정확한 현실 진단과 예측이 요구된다. 요즘처럼 경기와 증시 판단이 어려운 때일수록 각국 주요 예측기관이 정확하고 신속한 경기 판단과 예측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