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민 의견 담은 보고서 중국에 제출 제안
시위대 "애매한 제안…다양한 단체와 논의후 대응책 결정"


중 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의결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의 도심 점거 시위가 24일째로 접어든 21일 홍콩 정부와 시위대가 처음으로 공식 대화를 했지만, 별다른 합의 없이 견해차만 확인했다.

이 날 저녁 6시(현지시간)부터 2시간 동안 홍콩의학아카데미에서 열린 대화에는 캐리 람(林鄭月娥) 정무사장(총리 격)과 8개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의 알렉스 차우(周永康) 비서장이 각각 대표로 나섰다.

양측 대화참가자는 각 5명씩으로 구성됐다.

이날 대화에서 학련은 홍콩 시민이 행정장관 후보를 지명할 수 있도록 전의대에 추천위원회의 과반수를 얻어야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한 기존 선거안의 의결 철회를 요구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홍콩 정부는 '중국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문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도심 점거 중단을 요구했다.

대신 정부는 홍콩 시민의 의견을 반영한 보고서를 중국 당국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제의했다.

람 사장은 "전인대의 의결 이후로도 행정장관 후보 지명과 선거 절차 등을 논의할 공간이 충분히 있다.

2017년을 넘어 장기적인 정치 개혁을 위한 플랫폼을 구성하는데 학생들이 협조해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차우 비서장은 대화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화는 평화로운 분위기였지만, 정부의 제안은 약간 애매했다"며 "다양한 단체와 논의해 향후 대응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밤 2천여 명의 경찰관을 시위대가 점거한 홍콩섬 애드미럴티(金鐘), 까우룽(九龍)반도 몽콕(旺角) 지역 등에 배치해 대화 결과에 불만을 느낀 시위대가 격렬한 시위를 벌일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1천여 명은 충돌이 가장 잦은 몽콕 지역에 배치됐다.

앞서 홍콩 고등법원은 전날 애드미럴티 지역의 시틱타워(中信大廈) 주변과 몽콕 지역의 네이선(彌敦)로드, 아가일(亞皆老)거리 일부 등 3곳의 점거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도심 점거 시위로 생계에 지장이 있으므로 점거를 막아달라'는 택시협회와 일부 건물주 등의 요구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중·고등학생 단체인 학민사조(學民思潮)의 조슈아 웡 치-펑(黃之鋒) 위원장 등 시위 지도부는 '시위대의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점거를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법원 명령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오는 24일까지 재심 신청을 할 수 있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