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적극적 재정확대 정책 추진
韓銀의 더 과감한 통화정책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최경환 VS 이한구…누구의 정책처방이 옳은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한구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견을 달 수 없는 경제학자이자 정책 결정 및 집행자다. 행정 관료로 출발해 걸어온 길도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처방을 놓고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 모두 한국경제신문과 대우경제연구소에서 필자와 함께 연구한 적이 있다.

정책 처방이 누가 옳은지 평가하기는 힘들다. 특히 논리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경제정책은 더 어렵다. 1980년대 초 레이거노믹스의 토대가 된 것이 ‘래퍼 곡선’이다. 논리적으로 어설픈 부분이 있었지만, 당시 총수요 진작의 케인스식 처방이 손을 들었던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해 ‘공급 중시 경제학’을 낳는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경기 침체 등 당면한 현안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안정 성장에 기여했던 정책 처방을 잣대로 비교·평가하는 실증적 방법이 활용돼 왔다. 평가의 준거 틀로 삼아왔던 여러 처방 가운데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999년 4월 예일대 동문회에서 연설한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Yale macroeconomics paradigm)’이 가장 많이 애용되고 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최경환 VS 이한구…누구의 정책처방이 옳은가

예일 패러다임의 출발은 제임스 토빈이다. 그는 1950년부터 1988년 은퇴할 때까지 예일대에서 주로 화폐 경제학을 가르쳤다. 아서 오쿤, 로버트 솔로, 케네스 애로 교수 등과 함께 1960년대 케네디와 존슨 정부 시절에 실행됐던 대부분의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월리엄 노드하우스, 로버트 실러 교수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적인 기조는 경기 침체 등과 같은 단기 과제 해결은 케인시안 이론을 선호하지만, 완전 고용 등과 같은 장기 과제는 신고전학파 이론을 받아들인 독특한 정책 처방 패키지가 특징이다. 즉 단기 과제는 총수요와 총공급 곡선으로 이해하고, 고용 창출 등의 장기 과제는 토빈과 솔로 성장모델을 선택했다.

정책 수단은 재정정책보다 통화정책이 더 유용하다고 봤다. 이 때문에 재정정책은 경기 부양을 위해 일시적으로 적자폭이 커지더라도 ‘재정 건전화’의 틀은 깨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물가가 어느 선을 벗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경제 활력을 북돋는 데 바람직하기 때문에 적극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종 목표인 장기 성장과 완전 고용을 위해서는 물적자본, 인적자본,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 투자를 강조했다. 정부는 재정 긴축을 통해 건전화를 도모하고, 통화당국은 저금리를 통해 기업이윤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제도 투자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고, 소비세율을 높여 저축과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예일 패러다임을 토대로 경제정책을 추진했던 1960년대와 1990년대 미국 경제는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했다. 토빈 교수가 케네디 정부의 정책자문에 응했던 1961년 이후 106개월 동안 확장 국면이 지속됐다. 1990년대에는 1991년 3월부터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예일대 교수들이 클린턴 정부와 손을 잡으면서 확장 국면은 2001년 3월까지 미국 경제 역사상 가장 긴 120개월 동안 지속됐다.

최근 들어 예일 패러다임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옐런 의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자문역인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는 모두 토빈의 제자다. ‘최적통제준칙(optimal control rule)’에 근거한 옐런의 통화정책 운용과 발권력을 동원한 엔저로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는 아베노믹스도 정책 기조와 처방, 최종 목표는 종전에 추진됐던 예일 패러다임과 비슷하다.

2기 경제팀의 정책 처방인 초이노믹스의 기본 골격은 재정지출을 늘리되 통화정책 기조는 보수적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재정지출 규모만 하더라도 50조원이 넘는다. 뒤늦게 정책금리를 두 차례 내리긴 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통화정책은 적극적이지 못하다. ‘재정 건전화’와 ‘금융 완화’ 정책의 조합을 기본 토대로 하는 예일 패러다임과는 다른 인상을 준다. 이 의원의 지적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팀이 적극적인 재정 확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1960년대와 1990년대 미국과 달리 현재 한국은 재정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 내외로 신흥국 위험 수위인 70%의 절반에 불과하다. 재정 지출을 늘린다 하더라도 재정 건전화 목표를 훼손하지 않는 선이라는 점은 최 부총리도 분명히 했다.

통화정책은 문제다. ‘물가 안정’ 이외 ‘고용 창출’을 양대 책무로 재설정해 보다 과감하게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경제 여건상 예일 패러다임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한다면 금리는 연 1%대로 내려야 한다. 유동성 조절정책은 갈수록 고질화돼 가는 ‘병목(bottle neck)’ 현상을 풀기 위해 최소한 ‘타기팅 양적 완화’를 도입해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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