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화정책 가닥 '피신 외자' 이탈
'2차 테이퍼 텐트럼'에 선제책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 증시 超저평가…외국자금 왜 대거 이탈하나

외국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외국자금이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정도로 많이 유입되면서 원 달러 환율 1000원 선이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외국자금이 이탈세로 돌아서면서 1070원 내외로 급등해 원화가치 절하율이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외국인 자금 유출입의 가장 보편적인 잣대로 삼고 있는 주가수익비율(PER)로 볼 때 한국은 8배 내외로 신흥국 가운데 가장 저평가돼 있다. 1년 전 ‘1차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급 발작)’ 당시 별다른 충격이 없었고, 위기판단지표도 양호한 것으로 나온 만큼 최근 외국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이유가 더욱 궁금하다.

그 근거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탈하는 외국자금의 실체부터 파악해 봐야 한다. 1년 전 외국자금이 대거 유입될 때 대부분의 증권사는 한국 증시의 PER이 10배 이내로 저평가된 점을 꼽았다. PER상으로는 지금이 더 낮으니 요즘이 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요인은 외국자금 유출입을 설명할 때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 점을 이미 지적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 증시 超저평가…외국자금 왜 대거 이탈하나

오히려 1년 전처럼 정책이나 경기, 투자자 성향 면에서 ‘대전환기’에 놓여 있을 때 글로벌 자금 흐름에서 가장 중시하는 기준은 어느 한편으로 방향이 잡힐 때까지 자금을 일시적으로 넣어둘 수 있는 ‘셸터(shelter·피난처)’ 기능이다. ‘S’자형 투자이론으로 볼 때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간 단계다. 투자국 지위로 볼 때도 파이낸셜타임스(FTSE)지수로 선진국, 모건스탠리(MSCI)지수로는 신흥국이다. 준선진국인 셈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대립 구조’로 특징짓는 21세기 세계 경제질서에서 두 권역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한국과 같은 국가는 대전환기에 대기성 자금을 넣어둘 수 있는 최적 국가로 분류된다. 신흥국으로 양적 완화 추진 과정에서 매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선진국으로 테이퍼링 혹은 출구전략 추진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기준이 ‘캐시 플로(cash flow·현금 흐름)’다. 크게 두 가지, 즉 재정과 외화 건전성이다. 국제기준(중앙과 지방정부의 채무)으로 한국은 소득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4% 내외로 재정 건전국으로 분류된다. 신흥국 위험 수준인 7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외화는 재정수지보다 더 건전하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스톡 면에서 직접 갖고 있는 제1선 자금과 간접적으로 확보한 제2선 자금을 합하면 4000억달러가 넘는다. 가장 넓은 개념으로 추정한 적정 외환보유액인 3700억달러보다 많다. 플로 면에서 지난해 경상수지흑자가 7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는 799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작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디플레이션 갭’이 발생할 만큼 완전하지 못했다. 올해도 이 국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정수지도 건전하지만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어 언제든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외화 건전성도 삼성과 현대그룹 의존도가 높아 질적으로 건전하지 않다.

이 때문에 정책이나 경기, 투자자 성향이 어느 한편으로 방향이 잡힐 때 한국에 외국자금이 계속 들어올 것인가 하는 의문이 1년 전부터 제기됐다. 오히려 한국이 ‘성장통’을 개선하지 못하면 이탈 속도가 더 빠르고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았다. 지난 9월 중순 이후 통화정책의 가닥이 잡히는 영국과 미국계 자금이 외자 이탈을 주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한국같이 중간자 위치인 국가들은 최근처럼 정책이나 경기 등에서 양면성을 갖고 있는 대전환기에는 사람과 돈이 몰려든다. 일종의 ‘샌드위치상의 대기 혹은 도피성 매력’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한편으로 방향이 잡혀갈 때 들어왔던 사람과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큰 어려움이 닥친다. 이른바 ‘샌드위치 위기론’이다.

그런 만큼 1년 전 정책과 경기, 시장 면에서 대전환기에 대거 유입됐던 외국자금이 특정 사건(테이퍼링 종료 혹은 미국 영국 등 금리인상)을 계기로 갑작스럽게 이탈하는 현상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과 같은 준선진국 위치의 국가에 외국자금이 유입되다가 갑자기 이탈하면 수출기업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환율 급등 등으로 환차손 같은 커다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 확충 등 기존의 사후적인 방안과는 별도로 외국자금이 본격 이탈하기 전에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면 모든 경제 주체가 준비할 수 있고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경제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여러 가지 사전적인 방안 가운데 ‘신호등에 의한 조기 경보체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개별 기업과 금융사도 이 방안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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