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 개선으로 출구전략 주목
한국 '테이퍼 텐트럼' 선제대응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실업률 5%대…한국 증시에 '藥'인가 '毒'인가

미국의 지난 9월 실업률이 6% 밑으로 떨어지자 미 학계와 월가에서는 난리가 났다. 금융 변수에 이어 국민 경제생활의 질적 지표까지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면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리 인상 등 적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이 앞당겨 추진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좋은 것은 액면 그대로 볼 수 없는 ‘정상의 역설’이 반영된 평가다.

아직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실업률이 5%대로 떨어진 것은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다. 실업률은 대표적인 경기 후행지표인 데다 주력 산업을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이 차지하면서 ‘고용 없는 경기회복’이 정착됐기 때문이다. 또 위기극복 과정에서 기업이 고용을 가능한 한 늦추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가세했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실업률 등 고용지표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영원히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의외로 많았다. 6% 밑으로 떨어진 9월 실업률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실업률 5%대…한국 증시에 '藥'인가 '毒'인가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 충격에도 미국 고용사정이 빨리 개선되는 데에는 미 정책당국의 힘이 가장 크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아예 ‘일자리 창출대책’으로 그 성격을 분명히 했다. 고용창출계수가 높은 제조업을 다시 보자는 ‘리프레시(refresh) 정책’과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함께 추진했다.

미 중앙은행(Fed)도 오바마 정부에 적극 협조했다. Fed는 2012년 12월부터 고용 창출을 물가안정과 함께 양대 책무로 설정했다. Fed 설립 이후 100년 만에 가장 큰 변화란 평가다. 목표를 재설정한 뒤 통화정책을 보면 고용지표 개선 여부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운영해 왔다.

9월 미국 실업률이 6% 밑으로 개선된 것을 놓고 각국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가장 반기는 국가는 미국이다. 하지만 새로운 부담이 있다. 지난 6년 동안 제로(0) 금리에다 양적 완화로 풀린 돈이 4조달러가 넘을 정도로 워낙 많기 때문에 위기 극복책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는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미 경제가 정상을 되찾아 신흥국의 대(對)미국 수출이 증가하는 좋은 점이 있지만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로 유입됐던 달러캐리 자금 등 외국 자금이 이탈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테이퍼링 종료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 이후 한국 등 신흥국에서는 외국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9월 미국 실업률이 6% 밑으로 떨어진 것을 계기로 한국 등 신흥국에서 나타나는 외자 이탈세가 ‘2차 테이퍼 텐트럼 현상’으로 악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테이퍼 텐트럼이란 미국 등 중심국 통화정책에 작은 변화가 생겨도 한국 등 주변국에는 의외로 큰 타격이 가해지는 ‘긴급 발작’ 현상으로, ‘나비효과’의 일종을 말한다.

작년 5월 말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 발언 직후 대부분의 신흥국에서는 1차 테이퍼 텐트럼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을 크게 밑돌았던 ‘취약 5개국(F5=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은 외환위기가 우려될 정도로 금융시장이 심하게 흔들렸다.

외환보유액 등 위기 판단지표로 신흥국별 2차 테이퍼 텐트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점검해 보면 외환보유액에 비해 경상적자와 재정적자가 심한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고위험국이다. 지난해 취약 5개국으로 분류됐던 인도는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로 외국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중위험국으로 상향됐다.

의문은 1차 테이퍼 텐트럼 당시 충격이 없었고 위기판단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나오는 한국이 9월 중순 이후 외국 자금 이탈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여러 요인 중 작년 버냉키 전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 발언 이후 1년이 넘는 과도기에 준선진국 대우를 받는 한국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자금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진국, 신흥국 등 어느 한편의 경제 여건이 개선돼 통화정책의 가닥이 잡히면 과도기에 유입됐던 자금이 많이 이탈되면서 타격을 받는다. 이는 ‘샌드위치상의 대기 혹은 도피성 매력’ 때문인데, 나중에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큰 어려움이 닥치는 ‘샌드위치 위기론’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우리도 2차 테이퍼 텐트럼 현상에 대비해야 한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달러당 95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던 원·달러 환율이 테이퍼링 종료가 예고된 9월 중순 이후 외국 자금이 이탈세로 돌아서면서 순식간에 1060원대로 급등한 것이 바로 그 이유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