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보통선거를 원한다.” “시민들의 추천권을 보장하라.” 엿새째 홍콩 도심을 점령한 시위대의 대표적 구호들이다. 이들 구호에서 알 수 있듯 시위대는 홍콩 정부 수장인 행정장관에 누구나 출마할 수 있고, 이들 후보를 놓고 시민이 한 표를 행사하는 일반적 개념의 보통·직접 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홍콩 행정장관은 각계 대표 및 전문가로 구성된 1200명의 선거위원회에서 8분의 1 이상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중 한 명을 간접선거로 뽑고 있다.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 원칙에 따라 홍콩의 자치권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2007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2017년 선출되는 홍콩 행정장관은 보통선거(직접선거)로 뽑는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지난 8월31일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했다.

이 방안은 △각계 대표로 구성된 1200명의 후보추천위원회가 위원 과반수의 지지를 얻은 2~3명을 후보자로 추천하고 △직접선거로 이들 중 한 명을 선출하면 △중국 정부가 당선자를 행정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이다.

홍콩 야권과 시위대는 ‘무늬만 직선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추천위원회가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일정 수 이상의 홍콩 시민 추천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행정장관에 출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인대의 행정장관 선출안은 올 연말께로 예상되는 홍콩 입법원(국회) 심의를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이 안이 통과되려면 재적위원 70명 중 3분의 2인 47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입법위원 중에는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는 범민주파 의원이 27명이다. 이들은 이미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한 상태라 산술적으로만 보면 부결 가능성이 높다.

이 안이 부결되면 홍콩은 행정장관을 기존 방식대로 선출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 중도파는 “직선제 시행이 중요한 만큼 일단 전인대 안을 수용한 뒤 점진적으로 제도를 개선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