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최근 비준된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 간 협력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바호주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만약 우크라이나가 이 협정의 어떠한 부분이라도 이행하려 하면 즉각적이고 적절한 보복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위협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푸틴의 이런 요구는 우크라이나가 유럽 혹은 나토와 같이 유럽과 대서양을 아우르는 성격의 단체로 통합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러시아의 단호한 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자 간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골자로 하는 EU-우크라이나 협력협정은 10개월여에 걸쳐 진행됐던 우크라이나 사태의 촉발 원인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당시 대통령이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는 EU와의 협력협정 체결을 반대했지만 이후 새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된 페트로 포로셴코는 EU와의 통합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계속 자국의 경제적 영향권 아래 두고자 하는 러시아는 포로셴코의 이런 움직임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푸틴은 바호주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협정을 이행하기까지 설정된 15개월의 유예 기간은 협정 내용을 대거 수정하기 위한 협상팀을 꾸리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여전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관계에 미칠 모든 위험요소를 고려한 협력협정의 전반적 수정만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현존하는 무역과 경제적 약인(約因)들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의 법을 EU의 규정에 맞도록 조절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히아투스(hiatus·활동중단) 위반 행위로 간주해 보복을 정당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이 15개월의 유예 기간을 협정 내용의 수정을 위한 협상팀을 꾸리는 데 활용하자고 제안했지만, EU와 우크라이나는 이 기간을 협정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관계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러시아를 안심시키는 데 이용한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협정 내용 중 2천400개에 달하는 '관세 경계선'(tariff lines)이 수정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EU 관리들은 협정을 수정할 수는 없다는 단호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카렐 드 휴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우리는 (15개월의 유예기간을) 잠깐 숨을 고르기 위한 일종의 '휴식시간'으로 설정한 것이지만 러시아는 이를 협정을 무효화하기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푸틴의 경고는) 스커드 미사일을 준비해두고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아직 발사되지는 않았지만 발사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드니연합뉴스) 정열 특파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