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경제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Mont Pelerin Society·MPS) 총회가 2017년 봄 서울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MPS는 지난 세기 세계를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로부터 지켜온 자유 이념의 본진이다. 자유진영 내에서는 케인스학파와 라이벌 관계로 경제학계를 양분해온 큰 산맥이다. 1947년 스위스 몽 펠르랭에서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주도로 결성된 이후 정치 및 경제적 자유를 주창해 왔다. 19세기 고전적 자유와 비교해 신자유주의로도 불린다.

작은 정부와 개인의 자유를 주창해온 MPS 덕분에 세계가 공산주의에서 벗어났고, 이만큼이라도 성장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걸어온 길은 순탄치만 않았다. 하이에크조차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기 전까지는 ‘황야의 예언자’라는 비판을 들었다. 그러나 동독과 서독을 가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사회주의가 실패하면서 자유의 가치가 드러났다.

라인강의 기적을 주도한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전 독일 총리는 MPS 회원이었고, 미국과 영국의 부흥을 이끈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경제정책 ‘레이거노믹스’와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경제정책 ‘대처리즘’도 MPS가 추구해온 자유의 성공 사례다. 자유주의는 이렇게 실제 경제정책에 접목돼 성과를 거두면서 20세기 세계 경제사를 바꿨다.

MPS는 경제적 자유가 없다면 민주주의도 없다며 시장경제 발전을 통해 민주주의 발전을 이룬 대표적 사례로 대한민국을 꼽고 있다. ‘번영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서울 총회가 열리는 2017년은 MPS가 출범한 지 꼭 70년이 되는 해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을 뽑는 해이기도 하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