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미3'·화웨이 '아너6'…그들이 온다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한국에 해외 스마트폰의 두드림이 거세다. 화웨이 샤오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 중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제 국내 시장까지 넘보며 휴대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음달 발효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도 외국산 공(空)단말기에 유리한 내용이다. 보조금 출혈 경쟁을 넘어 다양한 경쟁력을 갖추려는 통신사들이 해외 제조사와 손잡고 외산폰을 들여오는 추세다. 올 추석을 기점으로 소비자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외국산 스마트폰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화웨이 샤오미 소니의 공세

지난 2일 화웨이는 공식 트위터 계정(@HuaweiDevice)에 “화웨이의 ‘아너6(Honor6)’ 스마트폰이 한국에서 출시됐어요! 누구 이 제품 써본 사람 있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게시물은 곧 삭제됐지만 업계에서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아너6 국내 출시를 앞둔 화웨이의 ‘이유 있는 실수’라는 게 중론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초부터 아너6의 네트워크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해 개발자 전산망에 제품을 등록해 안정화 테스트를 진행했다.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 1위인 샤오미 제품도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인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통신협)은 스마트폰 구매업체인 리퍼비쉬, G마켓과 함께 지난 7월 말부터 샤오미 스마트폰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대상 제품은 ‘홍미’ ‘홍미노트’ ‘미3’ ‘미4’ ‘미패드’ 등이다.

소니는 국제 가전전시회(IFA) 2014에서 공개하는 신제품 ‘엑스페리아Z3’ 출시를 앞두고 2일 국내 전파인증을 통과했다. 앞서 보급형 모델인 ‘엑스페리아C3’도 지난달 말 전파인증을 통과했다. 자급제폰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외국산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애플도 오는 9일 첫 대화면 스마트폰인 아이폰6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단통법 시행으로 차별 사라져

그동안 국내에서 HTC를 비롯한 외국 제조사들이 맥을 못 췄던 이유는 국내 휴대폰 유통구조가 가진 특수성 탓이 크다. 외국 제조사들은 통신사에 휴대폰 판매 장려금을 지급해야 하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외면하고 공단말기 형태로 출시해왔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통신사 없이 제품을 내놓으면 소비자들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외면하기 때문에 살아남기 힘든 구조다.

이 같은 구조가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단통법에 의해 바뀐다. 통신사를 거쳐 개통하지 않아도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고, 이용자가 가입하는 요금제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외국산폰에는 호재인 셈이다.

통신 3사가 올초부터 보조금 경쟁으로 각각 45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등 정부의 강력한 불법보조금 제재 의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사가 보조금 대신 서비스 경쟁으로 돌아서면서 소비자에게 다양한 스마트폰 선택지를 건네기 위해 외국 제조사들과 손을 잡는다는 것이다. 앞서 KT는 올 6월 대만 에이서와 손잡고 저가 스마트폰 ‘에이서 Z150 리퀴드 Z5’를 내놓았다.

그간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강력하게 버텨 온 국내 시장이지만 이제는 품질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생겼다는 중국 제조사의 자신감도 한몫하고 있다. 화웨이 아너6는 약 37만원, G마켓에서 공동구매가 진행 중인 샤오미의 홍미는 21만6000원, 미3(16G)는 36만9000원이다. 화웨이코리아는 중국 스마트폰의 도입 여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LG유플러스와 무선 통신장비를 협상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활로도 터달라는 부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