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10대 흑인 청년 사건 파장이 커 지고 있다. 사건 발생 엿새째인 15일에도 ‘인종차별’이라며 성토하는 흑인들의 항의 시위가 미국 각 도시에서 이어졌다.

시위대의 화염병과 경찰의 최루탄이 맞서는 폭력사태로 번지자 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진화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들의 감정을 이해한다”며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지시했으니 사법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지켜보자”고 진정을 호소했다. 이 사건이 전국의 이슈로 떠오르면서 흑백 간 인종대결 양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흑인도시와 백인경찰의 갈등

이번 사태는 인구 2만1000명의 퍼거슨시가 수십년간 안고 있던 인종 갈등이 곪아 터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퍼거슨은 1970년까지 흑인 인구가 수백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백인 도시였다.

이후 흑인 이주가 늘면서 2000년 흑인 비율이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2010년에는 흑인 67%, 백인 29%인 ‘흑인도시’로 바뀌었다. 흑인이 몰려오자 백인이 범죄 발생 등을 우려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화이트 플라이트(white flight)’가 발생한 것이다. 흑인이 다수가 됐지만 시 정부와 경찰 공권력은 아직 백인들의 손에 있다. 시장과 시의회 멤버 6명 중 5명이 백인이다. 경찰 53명 중엔 3명만 흑인이다. 학교 배정이나 경찰단속 등 곳곳에서 흑백 간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시 정부의 권력도 여전히 백인 손에 있다. 흑인의 정치 무관심과 낮은 투표율 때문이다. 18세가 넘는 시민이 1만5000명인데 지난 4월 시장선거 때 투표한 사람은 1350명에 그쳤다.

필립 케니코트 워싱턴포스트 예술건축담당 평론가는 이날 칼럼에서 “정치권력과 인구 구성이 균형을 찾지 못한 교외지역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교외지역이 사회 불안의 새로운 진원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사태 확산에 오바마 진정 호소

중무장한 백인 경찰들이 흑인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고 고무총탄을 발사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번 사태는 순식간에 인종대립 양상으로 비쳤고 전국에 이슈로 번졌다.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뉴욕, 피닉스, 마이애미 등 대도시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몰려 ‘핸즈 업. 돈 슈트(Hands up. Don’t shoot)’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흑인 연방의원 모임인 ‘블랙코커스’ 회원들은 의회 차원의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폭력사태는 다소 진정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에 대항한 폭력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면서도 “경찰이 평화적 시위를 폭력 진압하는 것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민주당)는 오바마 기자회견 직후 흑인이자 퍼거슨 출신인 로널드 존슨 주정부 고속도로 순찰대장을 퍼거슨의 치안 책임자로 임명했다. 존슨 순찰대장이 “오늘은 최루탄을 쏘지 않는다”며 시위대와 함께 거리를 행진하자 폭력시위도 일단 사라졌다.

토머스 잭슨 퍼거슨시 경찰청장은 이날 6년간 경찰로 근무한 대런 월슨이 흑인 청년에게 총을 쐈다고 공개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