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터널 파괴 등 성과 낼 때까지 휴전 안 할 듯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휴전 중재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양측에 제시된 휴전 중재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유엔이 제시한 것으로 양측이 인도주의적 휴전에 먼저 들어가고 나서 장기적 휴전 협상에 나서는 게 주요 골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그간 중동을 방문해 휴전 중재에 나서면서 "먼저 충돌을 멈추고 나서 휴전을 위한 협상에 임하라"고 양측에 촉구해 왔다.

미국이 제시한 두 번째 휴전안은 양측이 즉각적으로 휴전하고 이를 문서로 명시화하는 것이다.

가자지구의 경제 지원 방안도 포함된 이 제안은 이집트가 지난주 제시한 휴전 중재안과 흡사하다.

이집트 중재안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에서의 지상작전과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삼가고 가자 내 모든 팔레스타인 분파는 이스라엘 영토와 민간인에 대한 로켓 발사를 중단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재안은 또 지상에서의 치안이 안정됐을 때 가자 국경이 개방되며 인적, 물적 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스라엘로서는 두 제안 모두 유리한 점이 있지만 하마스 측에서 먼저 견해를 밝히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휴전에 들어가면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당장 휴전에 돌입했을 때 지금까지 발생한 자국 군인의 인명 피해를 정당화할만한 충분한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16일째 이어진 충돌로 군인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 주요 항공사들은 전날부터 로켓 공격을 우려해 이스라엘 노선 운항 중단을 잇달아 중단했다.

이런 손실에도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가자에서 군사 작전을 계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7일 자국 영토와 연결된 가자 땅굴, 로켓 발사장 파괴 등을 명분 삼아 지상군을 전격 투입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땅굴 수가 예상보다 많고 하마스 대원들이 거의 지하에서 활동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현상 유지에 나설지 아니면 군사 작전을 확대할지 결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스라엘이 휴전에 임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으며 제한된 군사 작전을 선호하고 있다고 하레츠는 분석했다.

하마스는 조건 없는 휴전을 원하는 이스라엘과 달리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 해제, 이집트 라파 국경 개방, 이스라엘에 수감 중인 재소자 석방 등을 휴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들 재소자는 지난달 유대인 청소년 3명 납치·피살 사건과 관련해 이스라엘 당국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잡아들인 팔레스타인인 수백 명을 지칭한다.

하마스는 이런 요구 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도 하마스의 핵심 요구 조건이 담긴 휴전안을 지지한다고 공개 발표했다.

이런 발표 배경에는 하마스와 파타 등 양대 정파로 나뉜 팔레스타인이 통일된 견해를 내 놔야 휴전 성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양측의 협상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하마스를 테러 단체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미국은 이집트와 터키, 카타르 등과 접촉하며 협상 조건 등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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