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두고 '히틀러'에 비유하며 맹비난해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 이집트 등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20일(현지시간) 터키 민영TV TRGT와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지지한 것을 거듭 비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또 미국 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이 터키 총리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한 발언들이 모욕적이라고 비판한 것을 반박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먼저 미국이 자신을 평가하기를 요구한다.

미국은 모욕적인 성명을 낸 국가 가운데 하나다"라며 "미국이 아직도 '이스라엘이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미국은 자신을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같은 국가가 어떻게 이런 잔혹한 짓을 눈감아 줄 수 있느냐"며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공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주 대선 유세 연설에서 "어떤 이스라엘 여자가 '팔레스타인의 어머니를 모두 죽여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여자는 이스라엘의 국회의원"이라며 "이런 생각과 히틀러의 생각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아예렛 샤케드 의원은 페이스북에 팔레스타인인은 모두 테러리스트로 테러를 근절하려면 모든 팔레스타인 어머니를 죽여야 한다는 글을 올려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은 양심도, 명예도, 긍지도 없다"며 "히틀러를 밤낮으로 비난한 그들의 만행은 히틀러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이에 젠 사키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에르도안 총리의 발언이 모욕적이며 시급한 휴전 중재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에르도안 총리의 발언이 반유대주의라고 반발했다고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가 20일 보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공격 초기에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는 없다는 수준에서 반발했으나 희생자가 늘수록 '국가적 테러', '인종학살', '히틀러를 넘어선 만행' 등으로 비난의 강도가 커졌다.

터키에서의 반 이스라엘 시위도 확산해 지난 18일에는 시위 참가자들이 이스탄불 주재 영사관과 앙카라 주재 대사관에 난입해 유리창을 깨고 돌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시위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터키 경찰이 공관의 안전을 지키지 못해 외교적 규범을 어겼다고 비난하고 최소한의 필수 인원 외의 외교관을 철수하고 가족들도 본국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또 불필요한 터키 방문을 삼가라는 여행자제 권고도 내렸다.

터키는 이번 가자지구 공격을 계기로 이집트와의 관계도 더욱 냉랭해졌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중재에 나선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폭군'이므로 휴전 협상에 참여할 수 없다고 비판했으며 터키와 카타르는 별도로 휴전 중재에 나섰다.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 중재안은 무슬림형제단의 분파인 하마스가 반대해 무산됐다.

엘시시 대통령은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했으며 무슬림형제단과 각별한 관계인 터키는 이집트 군부를 맹비난해 양국 외교관계가 격하됐다.

이집트 외교부는 20일 카이로 주재 터키 대리공사를 소환해 에르도안 총리의 발언을 항의했다.

터키는 페리둔 시니리오울루 외무차관이 이끄는 미국 방문단이 21~23일 워싱턴에서 양국 관계를 비롯해 이스라엘, 이라크, 시리아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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