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포트

'대만 연합군' 비지오, 초고화질 TV도 출시…가격 무기로 시장 공략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있는 할인점 코스트코에서 쇼핑객들이 비지오 TV를 둘러보고 있다. 한경DB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있는 할인점 코스트코에서 쇼핑객들이 비지오 TV를 둘러보고 있다. 한경DB

대만계 미국 TV 업체인 ‘비지오(VIZIO)’가 세계 최대 시장 북미에서 점유율 선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저가 제품뿐 아니라 고가인 초고화질(UHD) 제품을 내놓으며 공세를 강화할 태세다. 이 회사는 대만계 미국인이 사장인 데다 대만 디스플레이 패널로 대만 전자제품 생산업체(EMS)가 만드는 사실상 ‘대만 연합체’다.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등이 몰락하고, 중국 업체들은 아직 쫓아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지오는 북미에서 사실상 유일한 경쟁자다.

◆쾌속질주하는 비지오

[중국·대만 전자업계의 추격] 中 저가 스마트폰·대만 고가TV, 美시장서 삼성·LG 위협

대만 디지타임스는 15일 비지오가 올 하반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100만대의 UHD TV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저가 위주의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올해 글로벌 UHD TV가 1200만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0% 가까이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현재 글로벌 UHD 시장 1, 4위는 삼성전자와 LG전자다. 그러나 설립 10년이 안돼 북미 시장에서 LG전자를 따라잡고 2위로 올라선 업체인 만큼 삼성·LG 입장에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TCL 스카이워크 콩가 등 중국 TV 업체의 약진과 함께 골치 아픈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다.

비지오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에서 기업 성공사례로 자주 다루는 회사다. 2000년대 초 PC 시장에서 델과 함께 저가 돌풍을 일으킨 게이트웨이(Gateway)에서 일하던 대만계 미국인 윌리엄 왕이 대만 EMS 업체인 암트론(지분 23%)과 폭스콘(8%)의 투자를 받아 2002년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세웠다. 대만 AUO CMI 등이 패널을, 대만 미디어텍이 칩셋을 공급하며 암트론과 폭스콘이 조립해 원가를 대폭 떨어뜨렸다. 여기에 2% 수준의 최소 마진만 붙여 코스트코 월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팔았다.

당시 업계 선두였던 소니 삼성 등이 50인치 TV를 4000달러 수준에 팔 때 24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이른바 도어버스터(상점 앞에 저가로 내놓아 손님을 끄는 상품)를 싹쓸이했다. 설립 6년째인 2007년 북미 시장에서 10%대 점유율에 올라섰고, 2009년 매출 25억달러를 달성했다. 당시 3년간 성장률이 295%에 달했다.

지난 1분기 북미 TV 시장에서 점유율 17.5%로 2위다. 3위인 LG전자(10.6%)를 두 배가량 앞섰고, 1위 삼성전자(35.9%)에 접근하고 있다.

대만 전자업계의 한국에 대한 심정은 복잡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산업 등에서 판판이 지고 있어서다. 그래서 연합군을 만들어 한국을 견제하려는 심리가 강하다. “반(反)삼성 동맹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폭스콘의 궈타이밍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번 UHD TV도 암트론 AUO 등 대만 연합군이 생산한다.

◆프리미엄 시장 파고들 경우 위협

저가를 앞세워 커온 만큼 비지오 UHD TV가 얼마나 팔릴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자업계의 평가다. UHD TV가 고가이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UHD TV 가격대가 비지오의 주고객층(중산층 이하)이 사기에는 비싸고, 그렇다고 가격을 낮추려면 품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지오가 UHD TV 가격을 전반적으로 끌어내려 삼성·LG전자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은 크다. 비지오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또 베스트바이 등 유통업체들도 비지오를 내세워 가격 인하를 압박할 수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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