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환경 변화를 집단자위권 용인 근거로 내세워

집단자위권 행사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내각의 1일 각의 결정문은 안보 환경의 변화를 이유로 들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무력행사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전후 역대 일본 정부는 헌법 9조가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금지했음에도 최소한의 무력행사는 허용된다고 해석했다.

헌법 전문이 전 세계인이 공포와 결핍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생존할 권리가 있다고 기술했고 13조에서 모든 일본인의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을 국가가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일본 스스로 이런 가치를 포기하면 안 되므로 최소한의 자위권을 행사해 국가의 평화, 안전, 존립을 지키는 행위가 허용된다는 것이다.

아베 내각은 안보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해 어떤 국가도 자국만의 힘으로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집단자위권을 인정해야 하는 근거로 내세웠다.

역대 정부는 국가의 존립을 지키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무력행사만 허용되고 집단자위권은 그 한계를 넘은 것이라고 해석했는데 아베 내각은 안보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에 집단자위권이 필요 최소한의 무력행사에 포함된다고 인식을 바꾼 셈이다.

아베 내각은 국제사회 힘 균형의 변화, 대량파괴 무기·탄도 미사일·테러 위협,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긴장·갈등, 해양·우주·사이버 위협 등을 일본의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았다.

또 동맹인 미국이나 우호국에 대한 상호 지원으로 억지력을 높여야 하며 국제사회도 일본이 국력에 걸맞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의를 근거로 아베 내각은 헌법상 허용되는 자위 조치에 집단자위권이 포함된다고 봤다.

그럼에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에 대한 침해에 맞서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 국제법이 정한 집단자위권이라는 논리에 관해 "어디까지나 국가의 존립을 완수하고 국민을 지키려고 어쩔 수 없이 행하는 자위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아베 내각은 집단자위권에 관한 문답집에서 '해석의 재정리라는 의미에서 일부 변경이지만 헌법해석으로서의 이론적 정합성,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해석 개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는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려면 개헌으로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하며 역대 내각이 계승한 해석이 일개 내각이 바꾸는 것이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설명으로 보인다.

각의 결정문은 변화된 안보 환경과 관련해 외딴 섬 등에 회색지대 사태가 발생하면 자위대 등이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하고 필요한 절차를 간소하게 정비할 것을 주문했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더 많이 기여하겠다는 발상을 담은 이른바 '적극적 평화주의'의 실현 방안으로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등 자위대 국제평화협력 활동 참여 범위나 활동 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여기에는 자위대가 임무수행, 타국 부대 경호, 일본인 구출 등을 위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상이 포함됐다.

또 자위대의 활동이 금지되는 전투지역을 좁은 의미로 해석해 자위대가 후방지원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할 수 있게 했다.

각의 결정문에는 명시하지 않았으나 문답집에는 '무력행사의 신(新) 3요건'을 충족하면 유엔의 집단안전보장에도 자위대가 참여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각의 결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국가의 존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강조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해석·운용 방식에 따라서는 자위대가 각지의 분쟁에 개입하고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이유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는 평가도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