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요미우리, 수정·폐기 요구…아베 측근은 검증결과 영문홍보 제안

일본의 보수·우익 세력이 일본 정부의 검증 결과를 내세워 고노(河野)담화를 수정·폐기하라고 공세를 펼 조짐이 보인다.

그간 고노담화 수정에 무게를 실어온 일본 언론의 논조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일본에서 발행 부수가 가장 많은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1일 고노담화 작성 과정과 관련해 '외교적 배려가 사실보다 우선했다'는 제목으로 사설을 실어 고노담화의 수정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 신문은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이 "한일 관계의 개선을 모색하기 위한 대국적인 정치판단"이라고 규정하고서 고노담화가 일본이 군 위안부를 강제연행했다는 "오해"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고노담화 검증 결과를 전할 때 한국 정부가 군이 관여했다는 것을 명기하도록 강한 압력을 넣었다고 표현했다.

고노담화 수정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산케이(産經)신문은 "강제 연행이 사실"이라는 것은 고노 전 관방장관의 "독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한국과 일본의 의사 교환에 관해 "사전 조정을 은폐했다"고 부각했다.

또 담화 발표 당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이 강제연행이 사실인지 묻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있다"고 답변했으며 이런 "부주의한" 발언이 후세에 화근이 됐다고 평가했다.

산케이신문은 사설에서 고노담화를 "신빙성 없는 작문"이라고 깎아내리고 "근거 없는 담화" 때문에 일본의 명예가 손상되고 있으니 파기·철회를 포함해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노담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해 온 일본 정치인도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아베 신조 총리) 특별보좌관은 22일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의 영문판을 만들어 홍보에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관방장관으로서 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 의장을 국회에 소환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하기우다 특별보좌관은 앞서 검증 결과에 따라서는 고노담화를 대체할 새로운 담화를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확신해 온 인물이다.

아베 총리는 앞서 고노 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지만 고노담화 작성 경위 검증 자체가 담화에 흠집을 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일부 언론과 정치인이 보이는 이런 반응은 그간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신호탄이며 한일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이에 관한 미국의 우려를 의식해 일본 정부가 '한국을 자극할 의도가 없다'고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