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리더들의 토론' 세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왼쪽부터)와 제러드 베이커 월스트리트저널 편집국장,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29일 밀켄 콘퍼런스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유창재 특파원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왼쪽부터)와 제러드 베이커 월스트리트저널 편집국장,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29일 밀켄 콘퍼런스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유창재 특파원

[밀켄 글로벌 콘퍼런스] "中, 내년 6%대 성장…5년간 難착륙 불가피"

“중국 정부가 산적한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앞으로 5년간 중국 경제는 ‘난착륙(rough landing)’을 경험할 것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중국 정부가 금융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 그림자금융에서 비롯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등 세계 정상급 경제학자들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고 있는 밀켄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입을 모아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들은 이날 ‘경제학 리더들의 토론’ 세션에 참석해 “중국 정부가 경제 구조를 개혁하고 환율·금리 등 금융 시스템을 자유화하는 등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 연착륙보다 경착륙에 가까워”

[밀켄 글로벌 콘퍼런스] "中, 내년 6%대 성장…5년간 難착륙 불가피"

경제학계의 대표적 비관주의자로 ‘닥터둠(Dr. Doom)’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2015년에 6%로 하락하고 2016년에는 그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이는 연착륙보다는 경착륙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성장모델을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과거의 성장모델을 선호하는 공기업, 지방정부 등 기득권층의 힘이 새로운 성장모델을 통해 혜택을 받을 소비자나 유통업체들에 비해 훨씬 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특히 “지난 5년간 중국 정부는 성장률이 7% 밑으로 내려가면 (투자자들의) 공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신용 확대를 묵인해왔다”며 “은행들과 그림자금융 회사에 부실 자산이 많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금융 개혁을 위해 지방정부와 기업, 심지어 그림자금융 상품도 디폴트(채무불이행)시킬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며 “그림자금융 상품은 예금 보험이 안 되고 최종대부자(중앙은행)의 지원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급격히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로고프 교수도 “역사적으로 중국과 같은 빠른 속도로 성장한 국가에는 신용(빚)이 쌓일 수밖에 없고 과도한 신용은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다”며 “중국 정부의 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외환보유액이 충분해 ‘이번에는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득 불균형이 美경기회복 발목 잡아”

로고프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6년이 지나도록 미국의 경기회복이 더디다”며 그 이유로 고통스러운 ‘차입 축소(디레버리징)’ 진행과 소득 불균형 확대를 꼽았다. 중산층 이하 계층의 소비 여력이 줄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뜻이다.

루비니 교수도 “소득 불균형의 심화가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게 사실”이라며 “미국 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깔고 앉아 사용하지 않으니 소득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결과적으로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경기가 장기침체에 빠진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Fed가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구조개혁이 지연되고 시장 참가자들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테일러 교수는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산정 기준인 ‘테일러 준칙’을 만든 경제학자다.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율을 따라 금리를 결정하는 방정식인 테일러 준칙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한편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금융위기 전까지 널리 사용됐다.

“유럽·일본, 펀더멘털 변화 없어”

세 명의 경제학자들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해 “현재까지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루비니 교수는 “엔저를 유도해 디플레이션 탈출에 성공했다”며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훨씬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테일러 교수는 “제3의 화살인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유럽 경제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로고프 교수는 “유럽 시장이 2년 전에 비해 많이 안정됐지만 안정은 진전을 가로막는다”며 “재정 통합, 부채 감면 등 이뤄져야 할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아 유럽이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2011년 2.7%에 달했던 유럽의 인플레이션율이 지난달 0.5%로 떨어졌고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의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LA=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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