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국방장관이 엊그제 베이징 회담에서 경쟁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사실은 적잖이 불편한 소식이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센카쿠 열도 문제를 언급하며 “중·일이 충돌하면 미국은 일본을 보호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려댔다. 이에 대해 창완위안 중국 국방부장은 “베이징은 영토 수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군대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정면으로 맞받아쳤다는 것이다. “중국군은 영토·영해에 대한 외부 위협에 맞설 만반의 준비가 돼 있으며 전쟁을 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는 현지 보도도 나온다. 두 장관이 합동기자회견을 마친 후 굳은 표정으로 서로를 외면한 채 악수하는 사진을 보면 시베리아 바람처럼 냉랭한 기류가 흐른다.

예고된 것이긴 하지만 갈등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국가 간 전쟁을 언급하는 강경 발언이 국방장관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헤이글의 순방이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을 앞둔 정지작업이라는 면을 감안하면 더욱 살벌함이 느껴진다. 궁극적으로는 미·중 간 전략적 충돌이라는 측면도 크다. 미국은 국방비 감축 등 속사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베 정부의 전략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헤이글 장관은 앞선 일본 방문에서 집단 자위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상황이 자꾸 꼬여간다. 당장은 북핵에 대한 국제 공조가 관건이지만 갈등의 매듭은 다층적으로 엉켜드는 중이다. 다행히 한·미·일은 물론 중국도 북핵 폐기에 단호한 입장이다. 북이 최근 4차 핵실험을 시사하자 중국 정부가 베이징주재 북한 대사를 소환해 엄중 경고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고, 일본은 중국은 물론 한국과도 냉랭한 관계다. 우리는 주변 강대국들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는 와중에 통일까지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다. 미·일과의 동맹 강화는 당연하지만,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도 결코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모순이다. 단선적인 전략은 있을 수 없다. 한국은 과연 이 모순을 넘어서는 동북아 평화 비전을 갖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