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일(현지시간) “각국의 경기 부양 노력과 구조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제가 몇 년간 ‘저성장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과 일본에 대해서는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에 대해 “필요하다면 양적완화 조치를 포함, 신속하게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IMF “유로존, 디플레 위험”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의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초청 연설에서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의 고비를 넘겼지만 회복세가 미약하다”며 디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ECB가 저물가를 타개하기 위한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은 지난해 2분기를 기점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2월부터 1%대에 진입한 뒤 여전히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 지난달에는 0.5%까지 추락하며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ECB가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자칫 경기회복을 위한 모멘텀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게 IMF의 판단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저인플레에 따른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ECB가 비전통적인 조치를 포함, 더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의 지속적인 하락은 경제 주체들의 가격인하 심리를 부추겨 소비와 투자를 늦추고, 이로 인해 경기가 더욱 나빠지기 때문에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ECB “추가 양적완화도 논의”

ECB는 3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사에서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연 0.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11월 이후 5개월 연속 동결이다. 추가적인 부양정책도 내놓지 않았다.

3월 소비자물가가 정책목표인 2%를 훨씬 밑돌았지만 경기회복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게 ECB의 판단이다. 이날 유럽통계청이 발표한 유로존의 2월 소매판매는 0.7% 감소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0.4% 증가했다.

ECB는 그러나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밝혔다. 이날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드라기 총재는 “비전통적인 수단 등을 동원해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처하겠다”면서 “양적완화 조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브라힘 라바리 씨티그룹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ECB의 예측을 벗어나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ECB는 6월쯤 결국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은 미니부양책 시동

중국은 이날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선제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시장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액션에 들어갔다.

국무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소득세를 50% 줄여주는 등 감세 혜택을 확대하고 판자촌 개조와 철도 건설에 올해 모두 1조1000억위안(약 19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6300억위안을 투자해 서부와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6600㎞에 이르는 신규 철도 노선을 건설하고 470만채의 판자촌 개조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원저우 항저우 창사 등 일부 지방도시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2010년 이후 도입된 주택구매제한령 해제를 검토 중이다.

워싱턴=장진모/베이징=김태완/도쿄=서정환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