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압력에 반발…'한반도 정세' 주도 노린 듯

국제사회를 항해 '핵 억제력 과시'를 위협하던 북한이 30일 제4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성명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사실 등을 비난하며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지난 14일 국방위원회 성명으로 '핵 억제력'을 과시하는 조처를 언급한 뒤 핵실험을 처음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위협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셈이다.

특히 유엔 안보리가 지난 28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형식인 '구두 언론 성명'은 공식 결의에 포함되지 않는 낮은 수준의 합의이기 때문에 북한의 반발은 예상보다 센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이런 '강경 카드'는 일단 엄포성 표현일 개연성에 무게가 실린다.

외무성 성명을 살펴보면 당장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성명이 '키 리졸브' 연습 등 한미군사훈련에 맞선 대응으로 '각이한(각각 다른) 중장거리 목표들에 대한 각이한 타격력'과 '다음 단계 조치들'을 언급한 것은 핵실험에 앞서 여러 가지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예컨대 한반도 상황에 따라 중·장거리 미사일을 먼저 발사한 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응을 보고 '최후의 카드'로 제4차 핵실험을 선택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게다가 외무성 성명은 "미국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이번 성명에는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정책에 반발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북한의 인권 문제와 미사일 발사 등을 문제삼는 국제사회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관심을 끌려는 행보라는 것이다.

지난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한반도 관련국 간 접촉이 활발한 상황이다.

더구나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될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등의 비핵화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우방인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의 '구두 언론 성명'에 동참한 것도 북한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부분일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 북한이 핵실험을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외무성 성명은 북한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에 반발하면서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려는 '벼랑끝 전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앞으로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외무성 성명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라며 "북한이 앞으로 노동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