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셴코 통화내용 유튜브 공개 파문…"우크라내 러시아인은 핵무기로 죽여야"

지난달 야권의 권력 장악 이후 교도소에서 풀려난 뒤 최근 정계 복귀를 선언한 율리야 티모셴코 전(前) 우크라이나 총리가 러시아의 크림 병합에 대해 무력 대응을 주장하는 전화통화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우크라이나 통신 유엔엔(UNN)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유튜브에 티모셴코 전 총리와 네스토르 슈프리치 전 우크라이나 국가보안위원회 부서기의 전화통화 내용을 담은 녹음 파일이 올라왔다.

파일에 붙은 설명에는 두 인사의 통화가 지난 18일 저녁 11시 17분에 있었다고 적혀 있었다.

티모셴코와 슈프리치는 러시아어로 통화를 하면서 거친 말투로 러시아의 크림 병합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티모셴코는 "이는 모든 한계를 넘은 것이다.

제기랄. 무기를 잡고 이 빌어먹을 '카차프'(러시아인에 대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비칭)들을 죽여버리러 가야한다.

크림에 없는 것이 유감이다"고 말했다.

티모셴코는 자신이 크림 사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러시아가 크림을 가져가진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티모셴코는 지난달 말 권력을 장악한 의회의 석방 결의로 풀려난 뒤 독일로 건너가 지병인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고 지난 20일 키예프로 돌와왔다.

이에 슈프리치는 티모셴코가 크림 병합 저지운동에 참여했더라도 사태를 바꾸진 못했을 것이라며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는 군사력이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에 티모셴코는 "어떻게든 이들(러시아 군인들)을 죽여버리는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러시아에 불탄 들판조차 남아있지 않도록 모든 관계를 동원해서 전 세계가 들고 일어나게 하겠다"고 흥분했다.

티모셴코는 또 우크라이나에 사는 약 800만명의 러시아인에 대해 "빌어먹을, 그들은 핵무기로 죽여버려야 한다"고 격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통화 내용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자 티모셴코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슈프리치와 통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용이 편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에 대한 발언에 대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은 우크라이나인이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티모셴코와 슈프리치의 전화통화 내용이 누구에 의해 녹음되고 유튜브에 공개됐는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지에선 실각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지지 세력이나 러시아 보안기관 등이 간여했을 것이란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곤경에 빠트리는 전화통화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월 초에는 역시 유튜브에 우르마스 파엣 에스토니아 외무장관과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캐서린 애슈턴의 전화통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통화에서 2월 말 키예프를 방문했던 파엣 장관은 우크라이나 키예프 시내 독립광장 시위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양쪽에 총격을 가한 저격수들이 기존 야권(현 집권 세력)에 의해 고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