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日 부동산 시장
도쿄 신주쿠에 지어지고 있는 55층짜리 고층 아파트 ‘도미큐 크로스’. 가구당 평균 가격이 1억엔(약 10억5400만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지만 1000여가구에 달하는 매물이 이달 초 모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지역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한 노무라부동산의 관계자는 “투자 차원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는 고소득층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부동산 시장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일본 부동산 시장의 호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18일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의 공시지가(1월1일 기준)는 전년 동기 대비 평균 0.7% 올랐다. 3대 도시권의 공시지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6년 만이다. 토지 용도별로는 주택지와 상업지가 각각 0.5%와 1.7% 올랐다. 다음달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5%→8%)을 앞두고 주택 및 상가에 가수요가 붙은 것도 대도시의 땅값을 밀어올린 요인이다.

도쿄가 2020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규모 인프라 정비사업이 닻을 올리면 덩달아 토지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동산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림픽 선수촌이 지어질 예정인 도쿄 주오구의 아파트 용지 가격은 전년 대비 10% 이상 급등했다. 건설업계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작년 일본 전역의 신설주택 착공호수는 98만가구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부동산투자신탁(REIT)의 작년 한 해 자산취득액이 사상 최대인 2조2000억엔에 달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 전반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미니 버블’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도시와 달리 지방은 여전히 땅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진 복구 자금이 유입된 일부 지역을 빼곤 대부분 땅값이 작년보다 떨어졌다. 지방 주택지의 공시지가는 평균 1.5% 하락했고, 상업지도 2.1% 내렸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