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받는 오바마 '소극적 외교'
“푸틴은 오바마를 완전히 지미 카터로 만들었다.”

대니얼 헤닝거 월스트리트저널(WSJ) 부편집장이 이 같은 제목의 7일자 칼럼을 통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을 옛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을 초래하는 등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악의 외교정책을 폈다는 평가를 받는 지미 카터에 빗댄 것이다.

헤닝거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장악 등 지난 1주일간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 정치에 통제권을 잃으면서 완전히 ‘카터화(carterisation)’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정부가 펼쳐온 소극적인 외교정책 때문에 동맹국은 미국에 대한 믿음을 잃고 있으며 상대국 역시 미국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터화’라는 표현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0년 시카고 해외참전용사 집회에 참가해 전임자인 카터 전 대통령을 겨냥해 “워싱턴은 나약하고 우유부단하며 허세에 불과한 엄포를 놓을 뿐”이라고 지적한 뒤 무능한 외교를 뜻할 때 쓰여왔다.

헤닝거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은 빙산의 일각이고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미국 외교정책이 ‘카터화’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이 최근 중남미 개입의 근거인 ‘먼로 독트린’ 폐기를 선언한 지 석 달 만에 러시아 첩보선이 쿠바에 나타났다. 미국이 국방예산 감축 발표 뒤 24시간도 안 돼 중국은 국방예산을 12% 늘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워싱턴 정가도 오바마의 외교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의 루이지애나 주지사 바비 진달은 6일(현지시간)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최근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공격할 때 미 행정부는 군 감축 조치를 결정했다”며 “그동안 내 생애에서 가장 나쁜 대통령은 지미 카터라고 발언해왔으나, 오바마는 내가 틀렸다는 것을 입증했다. (카터에게) 사과한다”고 발언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