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부 지역으로 혼란 확산하면 모든 수단 동원할 것"
"우크라 기존 야권 세력 권력 장악은 反헌법적 쿠데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당장 우크라이나로 군대를 파견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 크림반도 분쟁에 군사 개입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실제로 크림반도로 러시아군 병력을 파견하진 않았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그는 그러면서 "군사력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었던 크림의 긴장상황은 해소됐으며 이제 그런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앞서 지난달 말 전격적으로 지시했던 서부·중부 군관구 지역 군부대의 비상 군사훈련 마무리와 원대 복귀를 명령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서방은 러시아가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이미 크림반도에 주둔 중인 자국 흑해함대 기지로 상당한 병력을 이동시킨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같은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 "동부·크림반도로 혼란 확산하면 모든 수단 동원"
푸틴은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서부 지역에서 일어났던 혼란 사태가 동부 지역과 크림으로 확산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에 이에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만일 혼란이 동부 지역에서도 시작되고 우리에게 지원 요청이 오면 우리는 러시아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 사용의 합법성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의 합법적 지도자로 남아있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으로부터 우크라 국민의 생명과 자유, 안녕을 지키기 위해 무력을 사용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의 무력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며 어떤 개입도 "국제법의 틀 안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싸울 생각이 없다"면서 "전면전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크림반도에서 관공서 건물을 점거한 세력은 '자기방어에 나선 현지 세력'이라며 러시아군이 이 지역을 장악했다는 해석을 부인했다.

그는 또 크림반도에서 분리주의적 움직임을 조장할 생각이 없으며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병합할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현 크림 자치정부에 대해서는 합법적 방법으로 권력을 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푸틴은 크림 자치공화국 자경단이 역내 모든 군사시설을 장악했다며 한 발의 총성도 없이 이렇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평가했다.

◇ "우크라 야권 세력 권력 장악은 反헌법적 쿠데타"
푸틴 대통령은 또 이날 회견에서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실각을 가져온 기존 야권 세력의 중앙 권력 장악을 '반(反)헌법적 쿠데타'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한 평가는 오직 하나"라면서 "이는 반(反)헌법적 쿠데타이자 무력에 의한 권력 찬탈"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실질적 권력을 잃긴 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인 대통령은 야누코비치 밖에 없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푸틴은 그러면서도 실제로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겐 정치적 미래가 없다고 보며 그에게 직접 이런 얘길 했다고 전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기존 야권이 자국 정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권은) 누군가를 모욕하고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내 생각에 이는 완전히 어리석은 짓이었다"며 "야권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우크라) 동부와 남동부를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고 꼬집었다.

◇ "우크라 지도부와 만날 생각 없어"
푸틴은 뒤이어 러시아는 불법으로 간주하는 우크라이나의 현 중앙정부와도 경제·산업 분야에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다만 국가 최고 지도부와의 대화는 아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곳엔 아직 합법적 대통령이 없으며 대선 때까지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밖에 "러시아에 대한 모든 위협은 역효과를 낳으며 해롭다"면서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는 서방 자신에도 해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개최할 준비가 돼 있지만, 서방 지도자들이 참가를 원치 않으면 "올 필요가 없다"면서 앞서 러시아의 크림 사태 군사개입 시도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G8 불참을 경고했던 서방 지도자들을 공격했다.

그는 아직 주미 러시아 대사를 소환할 계획은 없다면서 소환은 최악의 상황에서만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우크라와 러시아는 물론 국제 금융 시장이 충격을 받은 것과 관련 "금융시장의 반응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효정 기자 cjyou@yna.co.kr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