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에 잠긴 푸틴 대통령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아나톨리 시도로프 서부군 사령관이 3일(현지시간) 서부 키릴로프스키 훈련장에서 군사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키릴로프스키이타르타스연합뉴스
< 생각에 잠긴 푸틴 대통령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아나톨리 시도로프 서부군 사령관이 3일(현지시간) 서부 키릴로프스키 훈련장에서 군사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키릴로프스키이타르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진행해온 무력시위를 중단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군 병력 철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날 11% 폭락했던 러시아 증시 RTS지수는 이날 6.2% 급등하며 1184.22로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반등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47% 상승한 14,721.48에 마감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오름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로 장중 낙폭을 줄였다.

안전자산인 금값과 엔화 가치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달러당 엔화 가치는 이날 장중 101.35엔까지 올랐지만 오후 3시께 101.94엔까지 하락했다. 한때 2% 이상 올라 온스당 1390달러대에서 거래되던 금값은 상승폭을 줄여 1330달러대에 거래됐다. 유가도 오후 3시를 기점으로 1달러 가까이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보였다.

푸틴 대통령의 훈련 중단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개입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적어도 그간 긴장을 고조시켜온 데서는 한발 후퇴한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무엇보다 러시아 경제 악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군 병력 1만6000명을 크림반도에 배치한 지 하루 만인 3일 러시아 증시는 약 11% 떨어졌다.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급락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1.5%포인트 인상했다. 외환시장에 70억파운드를 투입하는 긴급 조치도 취했다.

러시아 기업과 러시아에 진출한 기업들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회사 가즈프롬 주가는 11% 넘게 추락했다. 러시아에서 전체 매출의 20%를 올리고 있는 칼스버그의 주가도 5% 이상 하락했다. 러시아의 주요 교역국인 독일 기업도 맥을 못췄다. 지멘스와 티센크루프 주가는 각각 4%, 폭스바겐도 2% 밀렸다.

국제사회의 압박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는 러시아에 대해 다방면의 ‘제재 패키지’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게 핵심이다. 미국과 EU는 △주요8개국(G8) 정상회의 보이콧 △러시아의 G8 퇴출 추진 △러시아의 해외자산 동결 △비자 발급 금지 등을 제재 수단으로 언급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만이 유일한 우크라이나의 합법적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실각을 가져온 우크라이나 야권의 권력 대체를 반헌법적 권력 인수이자 무력적 권력 장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당장 우크라이나로 군대를 파견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수도 키예프와 서부 지역에서 일어났던 혼란 사태가 동부 지역과 크림으로 확산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병합할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키예프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한 것에 대한 지원으로 10억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정부의 금융안정과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재무부 기술 고문 등을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