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메르켈 등 "러시아 크림반도 개입은 국제법 위반" 공감
케리 美국무장관, 우크라이나 방문해 '지원' 예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이끄는 진상조사기구 및 연락기구를 설치하자는 제안을 수용, 우크라이나 사태가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력 사용을 상원에서 승인받아 크림반도에 병력 6천명을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우크라이나가 전군에 전투태세 돌입을 명령해 무력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방 국가는 양측의 충돌을 막고 크림반도에서의 러시아 세력 확대를 막기 위해 다각도로 러시아 제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푸틴, 중재기구 설치 합의…정치적 해결 '첫발' = 독일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OSCE가 주도하는 진상조사기구와 연락기구를 즉각 설치, 정치적 대화를 시작하자는 메르켈 총리의 제안을 수용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성명에서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다만 "우크라이나의 사회 정치적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쌍방간·다자간 협의체를 통한 협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날 통화에서 메르켈 총리는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현재까지 취한 조치는 "완전히 적절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 공영 ARD방송에 출연,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규명할 진상조사기구를 OSCE의 중재 아래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유럽 국가와 유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이 참여하는 연락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마침내, (이러한 중재의) 결과는 러시아 군인들이 그들의 병영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G7, 러시아 규탄…러시아 제재 조치 모색 =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해 경고를 이어가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주요 8개국(G8) 중 러시아를 제외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7개국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에 대한 러시아 연방의 명백한 침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이들 7개국(G7)은 러시아의 행동이 "G7과 G8이 작동해 온 원칙과 가치에 위배된다"며 G8이 의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오는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 준비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메르켈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군 파견이 "완전한 불법"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미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방침을 바꾸지 않을 경우 '큰 대가'가 있을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영국 정부 대변인은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다음 달 7일 소치에서 개막하는 장애인올림픽에 영국 장관들의 불참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에 대해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던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경제적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오는 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 우크라이나 정부와 의회, 시민사회 대표자들과 만나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우크라이나 주권과 독립성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할 예정이다.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은 쌍방간·다자간 협력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 공영 ARD방송에 출연, G-8에서 러시아를 제외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데 대해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와 직접적으로 대화할 유일한 회의체인데 이것을 희생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크라이나 현 정부 세력이 불법적으로 집권했다고 주장하며 현 정부는 새로운 혁명과 유혈사태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