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리스크 컨설팅' 브레머 유라시아 회장 "러 군사개입은 9·11 이후 최대 지정학적 사태"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사진)은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개입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가장 파괴력이 큰 지정학적 사태”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와 서방 간에 긴장이 극적으로 고조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유라시아그룹은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 정치리스크 컨설팅 회사다.

브레머 회장은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러시아가 크림반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으로 군사 개입을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 인종이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내 자치공화국이다. 러시아 군사 시설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반도로 군대를 이동시키면서 군사 시설과 러시아인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브레머 회장은 “크림반도 이외 지역으로 군사 개입을 확대할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라고 썼다.

특히 친러시아 시위대가 우크라이나 동남부 3개 도시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은 러시아의 개입 확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브레머 회장은 다만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미국에 비해 우크라이나에 ‘지분’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했을 때에도 미국은 군사행동에 나서지 못했다. 현 우크라이나 사태는 조지아 전쟁 당시와 매우 비슷하다고 브레머 회장은 지적했다.

따라서 러시아와 미국이 군사 충돌을 벌일 가능성은 없지만 양국 관계는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브레머 회장은 “러시아도 이란 핵을 원하지 않지만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시리아 문제에 대해서도 러시아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서 지난해 맺은 화학무기 폐기 협정 실행이 더뎌질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미국의 외교적 입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브레머 회장은 또 러시아가 이번 기회를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과 균형 있는 외교 관계를 원하는 중국이 러시아를 대놓고 지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