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개입에 나설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 크림반도로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내 군사력 사용에 관한 상원 승인까지 받으면서 크림에서의 군사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실각하고 친서방 성향의 기존 야권이 권력을 장악한 뒤에도 한동안 의외의 침묵을 지키던 푸틴 대통령이 드디어 러시아의 영향권 이탈을 꿈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응징에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서부 군관구와 중부군관구에 비상 군사훈련을 명령했다. 이에따라 15만 명 이상의 병력과 90대의 전투기, 870대의 탱크, 80척의 군함 등이 기동 훈련에 돌입했다.

이 훈련의 일환으로 수천명의 병력이 벌써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 중인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로 이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있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일 러시아가 6000명의 병력을 크림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러시아에선 푸틴 대통령이 실제 군사공격 카드를 실제로 사용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견해가 더 많다.

국제문제 유력 전문가인 모스크바의 '국제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부소장 바실리 미헤예프는 "러시아가 지금까지 취한 행보는 '겁주기'의 일환이며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스크바의 다른 국제문제 전문가들도 대부분 "러시아가 새로 들어선 친서방 성향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긴장의 수위를 높여가고는 있지만 실제로 군사 개입에 나설 가능성은 아직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우선 외교적으로 새로 권력을 잡은 우크라이나의 기존 야권 세력이 지난달 21일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서명했던 정국위기 타개 협정을 파기한 것을 문제삼으며 과도 정부의 합법성을 공격하고 있다. 경제적으론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나서 지난해 말 푸틴 대통령이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약속했던 가스공급가 할인(1000㎥당 400달러에서 268달러로 인하) 혜택을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일부 우크라이나산 식료품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위협도 했다.

비상 군사훈련과 크림반도로의 병력 이동 등을 통해 군사개입 가능성을 내비쳐 우크라이나 새 정부에 대한 압박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가 실제 군사행동에 나서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우선 그동안 리비아, 시리아 사태 등에서 외국 개입, 특히 군사개입에 강하게 반대해온 러시아가 스스로의 원칙을 깨고 무력개입 카드를 꺼내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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