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개혁안 등 논의…"건설적이고 유용한 대화"
"중간선거 앞두고 교착상태 지속될 것" 분석 많아


앙숙 관계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단둘이 만났다.

오바마 행정부의 2015회계연도 예산안 발표를 일주일 앞두고 마련된 것이다.

두 인사가 단독 회동해 현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은 대통령 선거 직후인 2012년 12월 17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재정 절벽(fiscal cliff) 국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은 세제 개편과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예산 삭감 방안을 놓고 대타협(그랜드 바긴)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한 바 있다.

1년2개월 만에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으로 만난 두 인사는 1시간 동안 이민 개혁, 무역 활성화, 건강보험 개혁법(오바마케어) 시행,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 10여개 현안을 논의했다고 백악관 등이 밝혔다.

베이너 의장의 한 측근도 "건설적인 대화였다.

두 지도자는 올해 할 일이 많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소개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여러 이슈를 논의했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 간 관계는 공고하고 오바마 대통령도 아주 유용한 대화였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초래한 예산 전쟁을 치르는 등 사사건건 대립해온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이 이번 회동을 계기로 긴장 관계에서 벗어나 화해 무드로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비롯한 의회는 연말연시 뜻밖에 조용하게 2014∼2015회계연도 예산안 및 부채한도 증액안을 처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11월 상·하원을 쟁탈하기 위한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적 교착 상태는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카니 대변인도 이번 회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상·하원의원들과 대화하지만 모든 회동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특정 법안의 운명이 개인적 관계에 의존할 것이라는 분석은 오해"라고 말했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은 최근에도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인상, 오바마케어 시행, 이민개혁법 처리, 각종 행정명령 발동 등의 현안을 놓고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