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美국채마저…'큰손'들 발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국채는 줄곧 강세였다.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 미국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국채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종종 나왔지만 이런 예상은 매번 빗나갔다. 미국 정치권의 불협화음, 유럽 재정위기 등 악재가 있을 때마다 투자자들이 결국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미 국채의 호시절이 끝나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미 국채를 가장 많이 사들여온 미국 중앙은행(Fed)과 중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미 국채 매입을 줄였거나 앞으로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작년 초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7%대에 머물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5월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를 처음 시사한 후 3%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등했다. 최근에는 신흥국 위기가 부각되면서 2.7%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수급을 고려하면 앞으로 국채 수익률은 다시 상승(국채 가격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팻 맥클러스키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조만간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연말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연 3.5%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채 수익률 상승전망은 최대 수요자인 Fed가 테이퍼링에 나선 영향이 크다. Fed는 2012년 9월부터 매달 450억달러어치를 사들이던 국채 매입 규모를 지난달부터 50억달러 줄인 데 이어 이번달 추가로 50억달러를 감축했다. 앞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있을 때마다 50억달러씩 줄여나가 연말에는 국채 매입을 완전히 중단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해외에서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면 미 국채 매입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미 국채의 2대 보유국인 일본도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미 국채에 투자할 여력이 줄고 있다. 게다가 일본 금융시장이 불안해 지면 자국경제를 보호하기위해 일본계 자금이 미 국채를 팔아 일본 국채로 옮겨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외환보유액 운용을 미 국채에만 의존해온 사우디도 최근 투자자산 다변화에 나섰다.

FT는 “올 연말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연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적어도 미 국채를 보유하는 것이 더 이상 안전한 투자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