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에 소셜투자…서울시, 국내 1호 SIB 도입
"사회공헌으로 수익까지"…자선단체·기업도 환영
노숙인 가판대·초등학교 폭력예방 등 2,3호 대기
성공한 정책에만 세금 투입…'사회문제·세수부족' 모두 잡는다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퍼주기식 복지’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사회성과연계채권(SIB·Social Impact Bond)이 국내에도 도입된다. 서울시는 그룹홈(아동 공동생활 가정)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국내 첫 SIB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하고, SIB 도입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례 제정 작업에 들어갔다.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한 2, 3호 SIB도 준비하고 있다. 중앙정부도 SIB 도입을 검토키로 한 만큼 다양한 분야에 SIB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SIB 시대 열렸다”

국내 1호 SIB의 아이디어는 “지능은 환경, 교육, 훈련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에서 출발했다. 실제 2010년 국내 한 아동복지시설에 있는 경계선 지적기능(IQ 71~84) 아동을 대상으로 1년간 상담치료와 지적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가동한 결과 IQ가 평균 1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홈 거주 청소년 중 일부는 경계선 지적기능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30%가량은 아동 복지시설 퇴소 후에도 정부 지원시설에서 생활하며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다. 그런 만큼 이들의 자립을 돕는 것은 ‘사회적 약자 구제’를 넘어 ‘세금 지출 감소’로 연결된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하지만 안 그래도 복지 지출로 빠듯한 서울시 살림에서 새로운 예산을 신설하는 건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세금만 축냈다”는 비난도 받을 수 있다.

SIB는 이런 걱정을 단번에 해결해준다. 당장 예산을 마련할 필요 없이 3년 뒤 정책 목표를 달성했을 때만 세금을 지출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성공해 세금이 투입되더라도 비뚤어질 가능성이 큰 청소년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게 됨으로써 아끼는 세금과 사회적 비용이 더 크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서울시 입장에선 프로젝트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기는 게임’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셜투자

한국사회투자는 1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프로그램 운영비를 자선단체와 민간기업을 통해 조달받는다는 구상이다. 현재 몇몇 재단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선단체와 대기업들도 SIB를 반기는 분위기다. 일회성 기부와 달리 목표를 달성하면 ‘투자금+인센티브’를 돌려받아 또 다른 사회사업에 투자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셜투자’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그냥 기부한 셈 치면 된다.

소셜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자선단체와 기업들은 기부한 돈이 어떤 곳에 쓰이는지, 효율적으로 관리되는지 알 수 없었다”며 “SIB가 도입되면 원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리감독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SIB 도입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박운기 서울시의회 의원과 함께 관련 조례 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2호와 3호 SIB도 준비하고 있다. 2호는 휴점 상태에 있는 가판대 운영을 노숙인에게 맡기는 프로젝트다. 노숙인이 가판대 운영을 통해 자립하면 이들에게 투입되던 세금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가판대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박 의원과 한국청소년재단은 ‘왕따’ 문제를 풀기 위해 초등학교 학교폭력 예방 SIB를 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자본시장연구원에 ‘국내에 SIB를 적용할 만한 분야’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키로 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금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영어마을 활성화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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