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의류 '럭셔리 패션' 탈바꿈…이탈리아 증시 상장 첫날 '대박'

아버지 회사서 일하던 마케팅학도
남성셔츠 전문 회사 차려 성공
세계 첫 다운재킷 만든 몽클레르
남다른 기술력·역사에 꽂혀 인수

럭셔리 패딩의 세계 열다
펜디·발리 등 최고 디자이너와 협업
'세상에 없던' 패딩 디자인 혁신
최고급 다운 최상의 비율로 채워

잘하는 것부터 천천히 도전
스키장 매장 반응보고 주요도시 진출
다양화도 천천히…10년새 10배 성장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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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이탈리아 밀라노 주식시장에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몰렸다. 고급 패딩으로 유명한 의류업체 몽클레르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하기 위해서다. 중국과 싱가포르, 카타르, 아부다비의 국부펀드 등 여러 기관투자가로부터 200억유로(약 29조600억원) 상당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몽클레르는 상장 첫날 주가가 40% 이상 폭등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파산 위기에 몰렸던 몽클레르는 10여년이 지난 지금 새롭게 태어났다. 스포츠웨어 회사에서 럭셔리 패딩 회사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런 성공 뒤에는 몽클레르의 최고경영자(CEO) 레모 루피니가 있다. 그는 패딩을 운동선수들이 입는 전유물에서 재력가들이 모피코트 대신 꺼내 입는 패션 아이템으로 만드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몽클레르 가능성에 투자하다


1961년 이탈리아 코모에서 태어난 루피니는 보스턴대에서 패션 마케팅을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지안프랑코 루피니 유한회사에서 일했다. 다양한 의류의 디자인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아버지 밑에서 일하던 그는 스스로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1984년 이탈리아로 돌아와 남성 셔츠를 전문으로 하는 뉴잉글랜드라는 남성 셔츠 전문회사를 창립했다. 매출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그는 더 큰 꿈을 꾸었다.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루피니는 “남성 셔츠에 한정됐던 품목을 다양한 상품으로 확장해 스포츠웨어와 여성복까지 만들었지만 흥미로운 역사를 가진 브랜드를 경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매각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눈에 띈 것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몽클레르였다. 몽클레르는 1952년 창립 이후 세계 최초의 다운재킷을 만들어내고 산악인과 스키선수들이 가장 즐겨 입는 패딩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1968년 그레노블 동계올림픽에서는 프랑스 알파인 스키팀의 공식 후원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몽클레르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스포츠의류를 판매하는 그저 그런 회사의 하나에 불과했다. 루피니는 몽클레르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루피니는 “10대 시절 스쿠터를 타고 다니면서 처음 입었던 몽클레르 재킷부터 나는 몽클레르의 역사와 기술력에 매료됐다”며 “브랜드의 잠재성을 보고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패딩, 디자인과 럭셔리를 입다

2003년 몽클레르를 인수한 그의 전략은 단순했다. 기능에만 치중하는 대신 디자인과 소재에 역점을 두고 선수가 아닌 일반인도 즐겨 입을 수 있는 패딩 재킷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루피니는 몽클레르 제품을 모피코트 대신 입을 수 있는 고급 재킷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는 패딩을 아름답게 디자인할 수 있는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시작했다. 발렌시아가를 이끌던 천재 디자이너 니콜라 게스키에르, 일본 콤 데 갸르송의 준야 와타나베 수석디자이너를 비롯해 펜디, 지암바티스타 발리, 톰 브라운 등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을 영입했다. 이들은 패딩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동안 패딩은 주로 지퍼를 사용했지만 몽클레르 제품에는 단추를 달았다. 스포티한 느낌보다는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다. 여기에 최고급 모피로 모자와 앞섬을 장식했다. 뒤집어 입을 수 있는 패딩 등 다양한 변화도 시도했다.

기존 몽클레르의 장점도 이어갔다. 브랜드의 역사와 DNA를 존중하면서도 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수 후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기능과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이었다며 “몽클레어의 전통과 현대적 디자인의 조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품 품질을 높이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품질의 기본은 패딩 안에 들어가는 다운(깃털, 솜털)이었다. 짧은 재킷 하나를 만드는 데도 300g 이상의 다운이 들어가는 만큼 해마다 엄청난 양이 필요하지만 빈틈없는 과정을 거친다. 먼저 프랑스 브리타니 남쪽 지방과 페리고르에 서식하는 수컷 조류 중에서 혈통이 좋은 새의 깃털과 솜털을 모은다. 이 중에서 품질이 우수한 털을 골라내고 먼지를 제거한다. 1㎏의 털을 세척하기 위해 700~800L의 물을 사용한다. 이후 살균, 헹굼, 원심분리 등의 과정을 거쳐 100도 이상 달군 오븐에서 건조시킨다.

각 제품의 디자인과 소재에 맞게 적합한 다운의 양과 솜털·깃털 비율을 계산해 다운을 충전한다. 이때 세탁하고 나서 다운이 손실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몽클레르만의 비법 비율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몽클레르의 모든 제품은 세탁 후 깨끗하게 헹구고 건조하면 모두 원상태로 복구된다.

잘하는 것부터 천천히 도전하다

루피니는 한 단계씩 발전하는 것이 꾸준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마케팅은 몽클레르가 잘하는 분야에서 시작했다.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재력가들에게 몽클레르를 소개하기 위해 세인트 모리츠, 코르티나, 커마이어, 크랑 쉬르 시에르, 메게브, 샤모니, 아스펜, 그슈타드 등 유명 스키 리조트들에 부티크 매장을 냈다.

루피니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는 천천히 가야 한다”며 “최고가 되기 위해선 좋은 이미지를 쌓고 품질과 기술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걸음씩 나아가기 위해서는 성장보다는 일관성,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리조트 매장들의 매출이 오르자 루피니는 각국 수도의 주요 지역에 점포를 열기 시작한다. 아웃도어 전문숍에 함께 전시하던 몽클레르 제품들은 2008년부터 단독 부티크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2008년 3월 패션의 중심지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밀라노(2008년 9월), 홍콩(2009년), 영국 런던(2009년), 미국 뉴욕(2010년) 등에 잇따라 매장을 냈다.

제품도 천천히 다양화했다. 2006년 몽클레르 감므 루즈로 불리는 최고급 여성 컬렉션을 출시했다. 2009년에는 최고급 남성 컬렉션인 몽클레르 감마블루 라인을 선보였다. 2010년에는 몽클레르 그레노블 라인을 론칭해 남성과 여성, 셔츠, 팬츠, 스웨터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아이웨어를 출시하기도 했다. 독일 아이웨어 브랜드 마이키타와 함께 마이론이라는 특수 소재를 사용해 개인 얼굴형에 맞춰 자유롭게 프레임을 조절할 수 있는 선글라스도 내놓았다.

지난해 전 세계 66개국 122개 매장에서 몽클레르가 거둔 매출은 4억8920만달러에 달한다. 루피니가 인수한 지 불과 10년 사이 10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회사는 커지고 있지만 루피니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여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과 소재 분석부터 브랜드 광고 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모델을 찾는 일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일이 없다.

루피니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몽클레르는 특별한 사람들이 즐겨 입는 특별한 제품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매우 다양한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로 경쟁자는 없다”고 자신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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