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마켓, 신흥국 위기에 '반사익'…방글라데시·베트남 '급등'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 들어 두 번의 양적완화 축소를 발표하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 점점 빠르게 빠져나가는 와중에 반사이익을 얻는 곳이 있다. 프런티어마켓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월 주요 70개국의 증시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상위 20개 중 15개가 프런티어마켓(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분류 기준)이었다. 투기성 자금이 많지 않고 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내수 중심 시장이라는 점이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아시아권 프런티어마켓의 선전이 돋보였다. 1월 증시상승률 1위는 방글라데시(12.28%)였고 5위는 베트남(10.28%)이었다. 파키스탄과 스리랑카도 각각 6%, 5%대 상승을 기록하며 11, 12위에 올랐다. 방글라데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6%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은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기업공개(IPO) 규제를 크게 완화하면서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인구 약 2억명의 파키스탄은 최근 정치갈등이 완화되면서 내수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지역 프런티어마켓의 성장세도 뚜렷했다. 2위 아랍에미리트(11.89%)와 8위 카타르(7.48%)를 비롯해 14~16위에 레바논, 오만, 바레인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경민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 연구위원은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 등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됐던 부동산 값이 오르면서 주식시장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은 없지만 지난해 11월 일부 경제 규제가 풀린 이란도 선진국이 주목하는 시장이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100여개 프랑스 기업으로 구성된 사절단이 이날부터 이란을 방문한다. 8000만명이 넘는 인구가 프랑스 소비재 기업들에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올 들어 MSCI 프런티어마켓 인덱스는 1.3% 오른 반면 신흥국 인덱스는 6.6% 하락했다. 한국은 3.49% 떨어져 조사 대상 70개국 중 56위에 머물렀다. 션 린치 웰스파고 투자전략가는 “분산투자를 고민하는 투자자에게 프런티어마켓은 최적의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지나친 기대는 접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는 최근 프런티어마켓이 유동성이 워낙 부족해 투자 회수가 어렵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프런티어마켓 전문 투자사인 아카디안애셋매니지먼트의 아샤 메타 이사는 “프런티어마켓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현재 위험요소에 예민하지 않은 장기 투자자”라며 “유동성 부족을 감안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