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여 무장단체, 유전 등 이권 놓고 충돌
한석우 KOTRA 트리폴리 무역관장이 피랍된 리비아는 지난 18일 과도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혼돈의 상태다.

리비아에선 40여년 동안 철권통치하던 무아마르 카다피가 2011년 10월 반군에 살해되며 민주화 불길이 일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2년여간 과도정부가 나라 전체를 장악하는 데 실패해 현재 1700여개의 무장단체가 난립해 있다. 무장단체는 각각 카다피 정권에 맞서 싸우던 반군과 실업 상태인 친카다피 자경단원, 리비아 내전 기간에 풀려난 죄수 등이 주축이다. 일부 이슬람계 무장단체는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해 서부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옛 반군세력과 대립하고 있다.

과도정부는 2012년 초 치안을 유지할 정규 병력이 부족해 옛 반군세력들에 지역 치안을 위탁했다. 현재 20만여명이 민병대로 등록돼 있지만 이들은 정부가 아니라 지역 정치 지도자의 지시를 따르고 있다. 자유주의 성향의 옛 반군세력과 이슬람 무장세력 등이 서로 유전과 항구 등의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유혈 충돌을 벌이는 형국이다. 현재 전 반군 지도자 이브라힘 알자트란과 그가 통솔하는 2만명의 민병대는 키레나이카에서 리비아 원유의 60%를 생산하는 시설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9월에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아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 등 네 명이 사망했다. 최근 들어서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나 납치 사건이 빈번하다. 작년 12월1일에는 트리폴리에서 민병대와 시위대 간에 무장충돌이 벌어져 KOTRA 무역관이 나흘간 폐쇄되기도 했다. 17일에는 북동부 항구도시 다르나 근교에서 이탈리아인 두 명이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