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정치적 협상 등 석방 대가 노렸을 수도

리비아에서 근무하는 한석우(39) 코트라 트리폴리 무역관장이 19일(현지시간) 오후 무장 괴한에 의해 납치됨에 따라 납치 주체와 의도 파악이 최우선 과제로 대두됐다.

한 관장을 납치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단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리비아에서는 외국인을 겨냥한 납치, 강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금품과 종교적 목적을 가진 범행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번 피랍 사건의 경우 4명의 괴한이 운행 중인 차량을 강제로 정차시키고 나서 무기로 위협해 한 관장을 납치한 점으로 미뤄 특정한 목적을 갖고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한 관장의 석방 대가로 리비아 또는 한국 정부에 무언가 요구를 하거나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려는 특정 무장 세력의 소행일 수 있다.

정치적 협상을 위해 납치를 감행했을 수도 있다.

리비아 일각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1일 발생한 트리폴리 FM 라디오 음악방송 사장의 피살 사건 주동자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의심받고 있다.

리비아 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주로 동부 제2의 도시 벵가지와 다르나에서 활동을 해 왔지만 최근 서쪽에 있는 트리폴리로 행동반경을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벵가지와 다르나에서는 정부 관계자와 군인을 겨냥한 테러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이번 납치세력이 알카에다 세력과 연계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으나 확인된 것은 없는 상태다.

리비아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테러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5일에는 벵가지 국제학교에 근무하는 미국인 교사가 도심의 알프위헤트 구역에서 아침 구보를 하다가 괴한이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

지난해 11월에는 다르나대 이라크이 교수가 이슬람 과격 세력에 살해당했다.

이 사건은 최근 리비아 국적 이슬람교도가 이라크에서 납치돼 처형된 사건이 벌어지자 이에 대한 보복성으로 관측되고 있다.

리비아는 '아랍의 봄'을 계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정권에서 해방된 지 3년이 다 됐지만 각 지역 무장단체 사이의 권력 다툼과 민병대의 활개로 치안이 크게 악화한 상태다.

과도정부가 군과 경찰을 재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카다피 정부군에 맞서 싸운 전국 각지의 민병대 다수가 조직의 이권과 이해관계 등으로 무장을 해제하지 않고 있다.

각 지역의 무장단체가 수도 트리폴리에서 자주 유혈 충돌을 빚기도 한다.

알리 제이단 리비아 총리가 지난해 10월 트리폴리의 한 호텔에서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사건은 리비아의 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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