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정권 붕괴 후 3차례 개헌 끝에 '원상 복귀' 우려도

이집트 군부의 권한을 대폭 확대한 개헌 국민투표가 이틀간 실시된 뒤 지난 15일(현지시간) 마감됐다.

공식 투표 결과가 곧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을 지지한 상당수 국민이 찬성 투표를 한 것으로 보여 개헌은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투표는 사실상 군부의 지지도를 확인하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무르시의 지지기반 무슬림형제단이 그간 개헌 투표 거부 캠페인을 전개한 만큼 투표 참가자 대부분이 개헌 찬성에 표를 던진 것으로 관측된다.

새 헌법은 투표율에 상관없이 전체 투표 참여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집트는 2011년 초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붕괴 이후 3년간 개헌 국민 투표를 3차례나 실시했으나 혼란 정국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에서 가장 강력하고 체계적인 조직인 군부는 정국 혼란 속에서 핵심 역할을 해 오면서 기득권을 놓치지 않았다.

이번 개헌 과정에서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권한을 대폭 확대했다.

실제 새 헌법은 대통령이 앞으로 8년간 국방장관을 임명할 때 군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국방장관이 군 출신 인사이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나아가 군 예산은 대통령과 총리, 국방장관이 포함된 국방위원회가 논의하게 했으며 이를 승인하는 주체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사실상 민간의 감시를 받지 않도록 했다.

민간인도 군사시설이나 군기지, 국경, 군인을 향해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했을 때에는 군사 법정에 세울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집트가 민주화로 이행 과정에서 혹독한 시기를 겪고는 있지만 끝내 군사 정권으로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집트는 1952년 가말 압델 나세르가 이끄는 '자유 장교단'이 쿠데타로 집권한 뒤 줄곧 군부가 권력의 중심부에 서 있었다.

무바라크 정권 붕괴 후 새 민선 대통령에 무슬림형제단 출신 무르시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집권 1년 만에 군부에 축출됐다.

이집트 군부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또 개헌을 계기로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탄압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개정안을 보면 무르시 집권 시절 통과된 헌법과 비교해 이슬람주의 색채가 옅어진 점이 눈에 띈다.

우선 서문에서 '민간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민간 정부는 종교정부나 군사정부가 아님을 가리킨다.

이슬람주의자들은 나아가 '세속주의 정부'를 뜻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제2조에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의 원칙이 입법의 주요 근간이라고 명시는 했지만 이에 관한 세부 규정은 삭제했다.

이집트 최고 종교기관인 알아즈하르의 역할도 헌법에서 없앴다.

이슬람교를 포함해 종교를 기반으로 한 정당의 설립은 금지됐다.

이에 따라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과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살라피스트가 만든 알누르당은 총선에 직접 참여하기 어렵게 됐다.

또 종교의 자유는 종전에는 '보호받는다' 수준에서 '절대적이다'라는 표현으로 격상됐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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