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새해 첫 화두 '소프트 파워'
“세계 각국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전파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새해의 중요한 화두로 ‘소프트 파워(문화의 힘)’를 들고 나왔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세계 무대에서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불릴 정도의 위상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문화의 주도권까지 쥐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인민일보 등 중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학습모임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중국의 문화적 가치와 매력을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하자”고 주문했다. “중국도 이제 찬란한 역사와 문화적 다양성 등을 주된 ‘국가 이미지’로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 주석은 아울러 “중국은 향후 세계무대에서 각국의 평화적인 발전과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문화 관련 제도 개혁을 더욱 가속화하는 한편, 문화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시 주석은 강조했다. 아울러 언론계·학계·문화예술계 등도 중국의 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는 데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부터 공식 석상에서 소프트 파워 강화의 필요성을 간간이 언급해왔다. 그는 작년 11월 공자의 고향인 산둥성 취푸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자의 유교사상을 활용해 중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려 나가자고 주문했다. 지난달 7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8회 전 세계 공자학원 대회’에서 공자를 중국 소프트 파워의 핵심 아이콘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시 주석이 새해 첫날 중국 공산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치국 간부들에게 ‘소프트 파워’ 강화를 역설한 것은 결국 세계무대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6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청사진으로 ‘신형대국관계’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경제 문제뿐 아니라 정치 외교 분야에서도 중국을 미국의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였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최근 중국은 정치·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과정에서 관련국들과 적잖은 갈등을 빚어왔다”며 “소프트 파워 강화는 결국 이 같은 갈등 상황에 대비해 국제무대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어 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