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연루·수사외압설 속 '美망명' 정적 배후 관측

터키 사상 최대 비리 스캔들이 터지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대규모 개각을 단행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아들의 비리 연루설과 수사 외압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진퇴양난의 위기를 맞았다.

3연임에 성공해 내년이면 집권 11년을 맞는 에르도안 총리는 내년 대선 출마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스캔들의 향배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터키 언론들은 에르도안 총리의 아들이 비리 사건 수사의 새로운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AFP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야당 성향의 일간지 줌후리예트는 수사 당국이 에르도안 총리의 아들 비랄이 연계된 비정부기구(NGO)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면서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당 NGO는 이스탄불 당국과의 건설 입찰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아들의 이런 비리 연루설에 겹쳐 검찰 내부 인사가 비리 스캔들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고 나서 에르도안 총리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무아메르 아카스 검사는 성명을 내고 "모든 동료와 국민은 검사인 제가 수사에 착수할 수 없도록 방해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아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비리 수사에서 제외된 상태다.

아카스 검사는 사법부 역시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원의 명령 및 구금 결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서 "경찰 수뇌부는 용의자(비리 사건 연루자)들에게 사전 주의를 주고 도망치거나 증거를 없애게 도와줌으로써 법원 명령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25일 비리 스캔들에 연루된 장관 3명을 포함해 부총리 1명·장관 9명을 바꾸는 개각 카드를 던졌으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는지 불투명하다.

에르도안 총리의 측근이자 아들의 건설허가 비리 혐의로 사퇴하게 된 에르도안 바이락타르 환경도시부 장관이 총리 연루설을 제기하며 총리의 사퇴를 주장하는 등 자칫 에르도안의 도덕성마저도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터키 총리, 천하무적의 아우라를 잃었다' 제하 기사에서 에르도안 총리가 비리 스캔들로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검찰 외압설 등을 거론하며 에르도안 총리가 과거 낙태, 대학생 동거 등에 공개 반대하며 사회 도덕적 가치를 옹호해 정치적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었지만 이러한 전략이 의도한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치적 대혼돈 속에서도 에르도안 내각이 내년 3월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유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수사가 국외 세력의 사주를 받은 정치공작이라며, 미국에 망명 중인 정적(政敵) 페툴라 귤렌에게 책임을 돌렸다.

관측통들은 실제로 이번 비리 수사를 에르도안 총리와, 이슬람 사상가로 그와 대립하는 귤렌의 권력 다툼에 따른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귤렌 지지자들이 경찰과 사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그런 진단을 낳는 주된 근거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