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에 의해 성폭행 혐의를 허위로 인정하고 100년 형을 선고받았던 미국 남성이 수감 30여 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일리노이 주검찰은 12일(현지시간) 시카고 인근 폰티악 교도소에서 31년간 복역한 스탠리 라이스(59)에 대한 기소를 취하한다고 밝혔다.

라이스가 1982년 시카고 남부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고 출소한 지 단 하루만의 일이다.

라이스는 28세이던 당시 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10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1970~1980년대에 시카고 남부에서 악명을 떨친 존 버지 경관의 지휘를 받은 경찰 요원들이 고문을 통해 거짓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해왔다.

금주 초 일리노이주 쿡카운티 법원 리처드 월시 판사는 라이스에게 새로운 재판을 받을 권리를 부여했다.

하지만 일리노이주 검찰 특검팀은 "라이스의 유죄를 입증해 보일 결정적 단서를 구하지 못했고 더이상 증인도 찾을 수가 없다"며 기소를 취하했다.

이어 법원은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시카고 트리뷴은 "성폭행 피해자는 라이스를 범인으로 지목한 적이 없으며 라이스와 공범 혐의를 받은 2명은 이미 사망했다"고 전했다.

라이스의 변호인단은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정의의 희화화(travesty of justice)가 공식 종료됐으며 동시에 라이스는 새 삶을 부여받았다"고 반색했다.

전날 교도소를 나온 라이스는 31년 만에 만난 세상에 대해 큰 놀라움을 표현했다.

특히 그는 모든 종류의 자동차 크기가 한결같이 작아졌다는 것과 누구나 손에 전화기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손꼽았다.

라이스는 "100년 징역형을 받고 수감된 이후 20여 년 동안은 억울하고 화나는 마음으로 보냈지만 이후 종교적으로 강한 믿음을 갖게 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라이스는 노스웨스턴대학 데이비드 프로테스 교수가 주도하는 무죄 수감자 석방 운동 단체에서 사회봉사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하나씩 배워가겠다"며 "집에서 가족들이 직접 만들어주는 저녁 식사가 가장 기다려진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