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동질감 반영…부당함·불평등에 맞선 투쟁 의지 피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타계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 대해 지극한 예우를 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만델라의 부고 소식을 들은 직후 즉각 애도의 메시지를 발표한 바 있으며 이후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전했다.

또 백악관과 연방 정부 건물, 군기지, 해외 외교 공관 등에 9일 일몰 때까지 조기를 달라고 지시했다.

남아공을 제외한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조치다.

오바마와 만델라가 직접 만난 것은 단 한 차례 밖에 없다.

2005년 고인이 워싱턴DC를 찾았을 때 초선 연방 상원의원 자격으로 호텔에서 면담한 것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가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10일 만델라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내놓자 일각에서는 오바마의 이같은 행동에 또다른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오바마의 헌사가 고인을 위한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당함과 불평등에 맞선 자신의 끝없는 투쟁을 전 세계인들에게 펼쳐보이기 위한 의미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는 종종 만델라의 역사적인 유산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지 스스로 회의가 든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오바마는 궂은 날씨 속에 모인 수많은 추모객 앞 헌사를 통해 만델라를 '20세기 마지막 위대한 해방자'로 평가하면서 국제사회에 불평등, 가난, 차별과 맞서 싸워나가자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과 남아공의 (일부) 진전이 우리의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가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투쟁이 과거처럼 극적이거나 도덕적 투명성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결코 덜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발언 이면에는 자신과 만델라가 공통으로 직면했던 어려운 정치적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두 사람은 모두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인종 장벽을 타파한 자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지만 당선 후 빈곤과 불평등 등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너무 높은 기대도 함께 받았다.

오바마가 연설에서 전 세계적인 불평등에 초점을 맞춘 것은 미국의 중산층 살리기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소득 불평등문제는 진보 진영에 인기가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같은 이슈에서 공화당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는 "사회적 지위와 환경을 불문하고 우리는 인생에서 그(만델라)의 교훈을 얼마나 잘 적용할 수 있을지를 질문해야 한다"면서 "이것은 한 개인으로서, 대통령으로서 내가 나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바마는 미국에서는 정치적 난관에 직면했을지 몰라도 남아공에서 자신의 대중적 인기를 충분히 보여줬다.

추모객들은 오바마의 이름이 불릴 때나 스크린에 오바마가 등장할 때마다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오바마 역시 적대감을 화해로 승화시킨 만델라의 메시지를 받들고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적대국인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이례적으로 악수를 했다.

그러면서도 쿠바를 비롯한 다른 독재국가들에 간접적인 비판을 가했다.

오바마는 "인종 간 화해라는 마디바(만델라 존칭)의 유산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지만 만성적인 빈곤과 확대되는 불평등에 도전하는 온건한 개혁조차 격렬히 저항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지도자가 마디바의 자유를 향한 투쟁에 연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자국의 반대파도 용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독재자들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