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취재진 형사처벌 위기…'007식 취재' 일상화
워터게이트 특종 칼 번스타인, 가디언 공개 응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 등 서방 정보기관의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 실상을 알린 가디언을 비롯한 영미권 언론이 당국의 압력에 시달리면서 언론 자유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스노든의 폭로 이후 언론인들이 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취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압력을 받는 언론사다.

앨런 러스브리저 가디언 편집국장은 '국가 안보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3일 하원 내무위원회 청문회에 불려나가 집권 보수당 의원들로부터 '안보관' 검증까지 받아야 했다.

"조국을 사랑하느냐"는 질문 공세에 러스브리저 국장은 "조국의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가치 있게 여긴다"고 반박했다.

가디언은 경찰로부터 수사 압박도 받고 있다.

영국 고위 경찰 간부는 청문회에 출석해 가디언에 대한 형사 처벌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자들은 정부 감시망 속에서 취재원을 만나 정보를 얻고 기사를 작성하려고 첩보원처럼 움직이는 게 일상화됐다.

가디언 기자들은 도청을 피해 창이 없는 회의실에서 만난다.

주변 모든 전자 장치의 전원을 끄고 전기 플러그까지 뽑아 놓는 것은 기본이다.

문건에 대해 서로 상의를 하려면 비밀 유지를 위해 시간과 비용 문제를 감수하고 비행기를 타고 한 곳에 모여 논의를 한다.

한 번은 암호화된 문서를 국제 항공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미국 UC버클리대 컴퓨터 보안 전문가인 니콜라스 위버는 "외부에서 취재원을 만날 때는 미행을 당하거나 당국에 사진을 찍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모자를 쓰고 소음이 심한 공공장소에서 '접선'을 하라"고 조언했다.

여기에 트렌치코트는 '옵션'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컴퓨터 보안 관리도 필수적이다.

정보를 빼 내가는 악성코드가 설치되는 것을 막으려고 비밀 자료는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컴퓨터에서만 관리해야 한다.

막스 프론스 NYT 수석 정보관은 "예전 (취재) 모델은 당신의 집 같은 것"이라며 "전에는 대문과 창문만 잠가놓고 중요한 물건이 든 책상 서랍은 내버려두는 식이었다면 새 모델은 모든 것을 잠가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이끈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를 한 전직 워싱턴포스트 기자 칼 번스타인은 가디언에 공개편지를 보내 응원의 뜻을 밝혔다.

번스타인은 "민주주의에서는 언론의 역할과 관련해 언제나 긴장이 존재한다"며 "그러나 우리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통해 배운 것은 자유로운 언론에 정부의 통제와 협박이 가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